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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배터리 3사]시작이 가른 격차...현재까지 승자는 LG엔솔①후발주자 SK온, 2017년부터 집중 투자…삼성SDI의 신중한 투자

고진영 기자공개 2022-10-14 07:36:3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14:3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해서 꼭 선두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전기차배터리업계는 바로 그런 경우다. LG화학(분사 후 LG에너지솔루션)의 발 빨랐던 투자가 지금의 견고한 주도권을 가져다 줬다.

무려 30년 전 2차전지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 삼성SDI를 포함한 배터리 3사 가운데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으로선 꽤 속쓰린 일이다. 배터리분야에 눈길을 준지는 오래됐으나 올인할 시기를 놓친 탓에 벌어진 격차를 이제서야 맹렬히 쫓고 있다.

◇'밑빠진 독' 투자 감행 LG엔솔, '맑음'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사업 진출은 시기도 빨랐지만 끈기가 남달랐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확신이 단단했던 덕분이다. 구 회장은 출장 중 들른 영국 원자력연구원에서 2차전지를 처음 접하고 가능성에 눈을 떴다. 신성장사업으로 배터리를 점 찍은 그는 국내 최초로 2차전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는데도 일본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만년 적자사업으로 전락해 내부에서도 회의가 많았다. 더 큰 위기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찾아왔다. 그룹 내에서 돈 안되는 2차전지 사업을 관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년째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사업을 계속 끌고가기는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화학회사가 2차전지사업을 왜하냐는 불만도 있었다.

2002~2003년 반짝 흑자를 보긴 했지만 잠깐으로 끝났다. 이듬해 품질불량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또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자 다시 그룹에서 ‘봐라,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란 여론이 쏟아졌다. 그러나 구 회장은 뜻을 꺾지 않았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고 대형 2차전지 시장도 덩달아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07년 말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하이브리드카 아반떼, 2009년 초 미국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면서 자동차용 전지시장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에 일찍부터 투자한 것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경쟁업체들은 리튬이온의 품질이 뛰어난데도 안전성을 염려해 대부분 자동차용 전지로 니켈수소를 선택했지만 LG화학은 2000년부터 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매달렸다.

2011년에는 충북 청원에 세계 최대규모의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지 18년 만에 글로벌 2차전지회사로 뿌리내렸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당시 행사장에서 구 회장은 “날씨 참 좋다” 말했다고 한다. 에둘러 전해졌던 그의 감회다.

◇한발 늦은 SK온, 추격 본능

후발주자로 불리는 SK온(분할 전 SK이노베이션)은 사실 LG 못지않게 배터리사업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였다. 1982년, 선경그룹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가 사명을 ‘유공’으로 바꿨던 해다. 당시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부·과장급 간담회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비전을 내놨다. 이를 위한 장기 미래사업으로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을 선정한 게 배터리사업의 출발점이다.

1991년 말에는 SK가 울산 석유연구실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한 3륜 전기차를 만들고 성능 실험마저 성공했다. 자동차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이례적인 시도였다. 현대차가 국내 첫 4륜 전기차를 개발한 것이 그해 11월이니 무척 빠르기도 했다.

이후 1996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2005년 12월에는 SK가 계열사로부터 2차전지 사업부문을 인수해 2차전지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2009년은 특히 뜻깊은 해였다.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공식적으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인 미쓰비시후소와 중·대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상대한 경험이 부족해 번번이 고생하던 SK이노베이션에게 이정표가 된 성공이었다. 이듬해는 SK가 개발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한국의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인 현대차 ‘블루온(Blue on)’에 탑재됐다.

이런 성과에도 SK온이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이유는 2차전지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키우기 시작한 시기가 2017년으로 늦기 떄문이다. 그 해 기준 SK온의 연간 생산능력은 1.7GWh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이 18GWh였으니 차이가 한참 났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에서 분사한 SK온이 여전히 추격에 바쁜 이유다.

◇삼성SDI의 정중동

삼성SDI가 2차전지사업을 시작한 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전신은 삼성-NEC주식회사로, 원래 TV 진공관사업에서 시작해 디스플레이 업체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 1994년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중복사업을 조정하던 시기에 주력사업을 에너지·소재로 다시 바꿨다.

당시 삼성SDI는 모니터사업을 삼성전자로 옮기고 대신 삼성전자 등에서 연구하던 배터리 사업을 넘겨받았다. 1998년 최고 용량인 1650mAh 원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 2000년에는 천안에 월 220만개 규모의 소형 2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능력 확대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건 10년 가까이 지난 2008년이다. 독일 보쉬와 연대해 'SB리모티브'를 설립했고 2009년에는 BMW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같은 해 울산사업장 기공식을 열고 2010년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내놓은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그룹 안팎에서 관심이 컸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3월 서울 이태원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태양광과 자동차배터리,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LG화학과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조용한 편이다. 2015년 중국 시안, 2017년 헝가리 괴드에 각각 공장을 세운 뒤로 한동안 침묵하다가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에 진출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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