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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운용사 M&A]"자산운용사 삽니다" 매물 탐색 줄섰다①신규 라이선스 발급 지지부진…거래수요 급증

이민호 기자공개 2022-10-24 08:09:00

[편집자주]

일반사모펀드 운용사 인수시장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라이선스 신규 발급이 지연되고 컨설팅사의 매물 소개 서비스도 정착되면서 거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신규 등록보다 느슨한 인수 요건이 적용되면서 비적격 대주주의 일반사모펀드 시장 진입과 이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피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벨은 일반사모운용사 M&A 활성화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반사모펀드 운용사 인수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기존에 라이선스 등록 신청에만 의존하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라이선스 발급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데다 컨설팅사의 매물 소개 서비스가 보편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존 최대주주들도 매각을 타진하고 나섰다.

◇일반사모운용사 인수 활발…공모주 수요예측 제한 ‘나비효과’

일반사모운용사 매매는 합병보다는 인수의 목적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는 애초 일반사모운용사가 라이선스 기반 비즈니스인 이유가 크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도입된 2011년 12월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에 일반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절차를 직접 밟는 것이 당연시됐다. 무엇보다 등록 절차를 완료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등록 신청건수도 많지 않아 2~3개월 정도면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일반사모운용사 매매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는 라이선스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지게 된 이유가 크다. 운용업계는 주요 원인으로 투자자문사의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를 어렵게 만든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꼽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도 공모주 시장은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대부분 크게 웃돌았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로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고유재산으로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5월 관련 규정을 개정해 투자자문사가 고유재산으로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려면 등록 이후 2년이 경과하고 투자일임재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도록 자격 요건을 올려잡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투자자문사 설립 메리트가 사라지자 공모주 효과를 포기하고 일반사모운용사로 선회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업력이 충분한 기존 투자자문사들이 펀드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수요도 겹치면서 일반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절차가 길게는 1년 가까이로 크게 지연됐다.

일반사모운용사 출범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발급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이미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존 일반사모운용사를 시장에서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셈이다.

◇컨설팅사 매물 소개 ‘촉매제’…자본잠식 최대주주 매각 타진

일반사모운용사 매매시장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컨설팅사들이다. 국내에는 3~4곳 컨설팅사가 운영 중이다. 이들 컨설팅사는 투자자문사나 일반사모운용사 등록, 인적·물적 요건 충족, 펀드 최초 설정 등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다. 하지만 기존 일반사모운용사를 인수하려는 수요가 커지자 매물을 연결하는 소개 서비스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컨설팅사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매물을 소개해 인수를 성사시키더라도 자문수수료를 수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수가 성사되기만 하면 이후 하우스 운영에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 일반사모운용사 인수시장은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이 핵심 플레이어였다. 2020년 11월 GS건설이 완전자회사 지베스코를 이용해 코고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지베스코자산운용을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파란자산운용 지분 100%를 취득하고 사명을 데이원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패스트파이브가 에이스프라퍼티스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여 페어필드자산운용을 출범시킨 것도 가장 최근 사례다.

하지만 컨설팅사가 개입하면서 개인간 거래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컨설팅사들이 주목한 타깃은 청산을 고려하고 있는 일반사모운용사 최대주주들이다. 이들 최대주주도 청산보다 양도로 선회할 유인이 커졌다. 청산하면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청산 비용까지 소요되지만 양도하면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수탁사와 판매사의 사모펀드 운용행위 관리·감시 의무가 강화된 것을 기점으로 소형 일반사모운용사들의 펀드 비즈니스가 크게 어려워졌다.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의 지원으로 수탁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판매사가 30억~5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2000억~3000억원 이상의 운용규모(AUM) 등 높은 수준의 판매계약 적격요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를 취득했더라도 1년이 지나도록 펀드 설정과 자금 모집이 지지부진하자 자본잠식에 빠지는 일반사모운용사들이 생겨났다. 일반사모운용사의 자기자본 유지요건은 7억원이다. 자기자본 유지요건을 위반하고 6개월 유예기간 내 해소하지 못할 경우 금융위원회 상정만으로 패스트트랙으로 등록말소된다. 등록말소시 5년간 재진입이 제한된다.

애초 일반사모운용사의 설립자본금 요건은 10억원으로 비교적 작다. 반면 급여나 임대료 등을 포함하면 1년에 적어도 3~5억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고유자금이나 펀드를 운용한 수익으로 이익잉여금을 쌓지 못하면 불과 1년 만에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개인 최대주주의 경우 유상증자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7억원에 미달하는 곳은 크라운락자산운용(5억6108만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에스에이피자산운용(7억2668만원), 디파인자산운용(8억2097만원), 에이치원자산운용(8억3243만원), 이루자산운용(8억3324만원) 등 자기자본이 설립자본금 수준인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16곳에 이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반사모운용사로 독립하려는 매니저나 창업하려는 개인들은 신규 등록보다는 프리미엄을 얹어주더라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 등록 기간이 늘어지면서 검토 중인 딜을 놓칠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다 인수 절차도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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