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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몸집 줄었지만 무게감은 여전 [컨트롤타워, 과거와 미래]⑧'㈜한화 지원부문' 그룹 베테랑 뭉친 최정예 조직, 사업 재편 큰그림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24 07:31:17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는 컨트롤타워 조직은 그간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왔던 탓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4:59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29세에 회장에 올랐다. 역대 재벌 회장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다. 내부 장악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김 회장을 뒷받침할 조직이 필요했다.

한화그룹이 조기에 참모들로 이뤄진 컨트롤타워를 갖췄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은 비서실, 경영기획실,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다시 경영기획실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간판만 바뀐 게 아니라 존재 목적 역시 달라졌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최고 엘리트로 이뤄진 최정예 조직이라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김 회장과 한화그룹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결같다. 초창기에는 외형 확장, 이후엔 구조조정, 그리고 지금은 일련의 사업 재편과 경영권 승계로 정리될 수 있다.

이 조직이 수십년째 김 회장 집무실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김 회장은 서울 장교동에 있는 본사 사옥 27층에 집무실을 뒀는데 컨트롤타워 역시 항상 25~26층을 사용했다.

◇비서실서 ㈜한화 지원부문까지...시대 흐름 따라 역할과 규모 변화

김 회장 취임 초반에는 비서실과 경영기획실이 공존했다. 비서실은 김 회장의 신변을, 경영기획실은 그룹 전반의 재무를 각각 챙겼다. 두 조직은 김 회장이 지금의 한화그룹을 만든 여러 M&A를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손과 발이 됐다. 1994년 두 조직은 비서실로 통합된다. 당시 그룹에서 내세운 이유는 '계열사의 자율경영 강화'였다.

다시 참모 조직의 힘이 세진 건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외환위기부터였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998년 비서실 대신 구조조정위원회가 신설됐다. 초대 위원장은 박종석 한화증권 회장이 맡았다. 구조조정, 재정, 회계, 법무, 홍보 등 5개 부문에 30여명의 직원을 뒀다.

눈에 띄는 점은 출범과 동시에 해체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체하겠다고 못박았다. 이후 2000년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이름을 바꿔달았고 2006년 공식 해체되기까지 한화그룹의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구조조정은 성공적이었다. 한화바스프우레탄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잇달아 매각했다. 사들였던 속도 만큼이나 파는 속도도 빨랐다. 한화그룹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한 모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구조본은 2006년 공식 해체됐고 경영기획실이 출범했다. 전체 규모 역시 8팀 1실 체제에서 경영기획실장 이하 투자운영, 전략홍보, 법무의 3담당 부사장 체제로 작아졌다.

당시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시대적 요구가 워낙 컸다. 개별 기업과 달리 이사회라는 최소한의 견제 도구조차 없는 상황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면서 많은 부작용이 불거졌다. 주요 그룹 비자금 사건의 배경으로 구조본이 지목되면서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구조본 해체 이후 경영기획실이 만들어졌다. 초대 실장은 금춘수 부회장이었다. 금 부회장은 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 총수 부재의 비상 상황에서 김 회장을 대신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이 시기 경영기획실은 역대 컨트롤타워 가운데 역할이 가장 컸고 위상 역시 가장 높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숨가쁜 '사업·지배구조' 재편 배경은

현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한화 지원부문이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한화그룹도 2018년 경영기획실을 없앴다. 경영기획실 역할은 ㈜한화 지원부문이 대부분 물려받았다. 금춘수 부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를 담당한다.

그러나 단순 계열사 관리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 그리고 M&A와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숨가쁘게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 한화솔루션을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로 그간 흩어져 있던 방산 계열사를 모으기로 했다. ㈜한화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동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한다. 한화솔루션은 과거 흡수합병했던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을 통해 다시 뱉어낸다. 최근에는 한화그룹 7개 계열사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일련의 사업 재편은 크게 한화그룹의 경쟁력 강화와 3세 경영이라는 당면과제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김승연 회장과 함께 ㈜한화의 지원부문이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재 지원부문의 인력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지원부분 임원 수는 모두 6명이다. 금춘수 부회장, 권혁웅 총괄사장, 유영인 사장, 이성수 사장, 박지철 전무, 장연성 상무 등이다. 한때 지원부문 소속 임원이 10명에 이르렀던 점과 비교하면 규모는 확실히 줄어드는 추세로 보인다.

그러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임원 6명 가운데 1명이 부회장, 3명이 사장이다. 그만큼 그룹 내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 경영인들로만 이뤄졌다는 의미다. 과거보다 더 소수정예로 꾸려져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최근 발표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역시 지원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발표 직전까지 철통보안 속에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지원부문 임원 가운데 재무통이 많은 이유 역시 일련의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재무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원부문 출범 이후 4년 3개월 사이 지원부문 임원으로 합류한 인물은 권혁웅 총괄사장, 이성수 사장, 유영인 사장 등이다. 권혁웅 총괄사장과 이성수 사장은 각각 한화토탈 대표이사,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반면 지원부문을 거쳐 계열사로 이동한 인물로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성수 사장,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손재일 사장 등이 있다. 손 사장은 통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도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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