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현실적으로 이제 누가 커버해야 하는가?"LG화학이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바이오텍 인수를 발표한 뒤 나온 국내 바이오 섹터 애널리스트의 코멘트 중 일부다. 애널리스트들은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각 담당 산업군을 나누는 게 관례인데 시총 40조원 대기업의 정체성을 두고 때아닌 논쟁이 시작됐다.
LG화학을 누가 취재하느냐의 문제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고민거리다. 보통 산업과 업체의 성격으로 출입처를 나누는데 LG화학은 뭔가 모호하다. 2017년 LG생명과학을 품에 안고 바이오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 밝힌 이 기업은 2020년 배터리 사업을 뱉어냈다. 그럼에도 연 20조원 매출의 90% 이상은 여전히 화학·소재, 바이오 외 산업에서 나온다.
LG화학이 이번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인수를 마치고 나면 매출 비율을 토대로 한 쾌도난마는 더 어려워진다. 아베오파마슈티컬스의 올해 예상매출액 약 1500억원에 생명과학 부문의 예상매출액(약 8500억원)을 더해보자. 국내 제약사 중에선 상위사로 손꼽는 기준점인 '1조원 매출'에 육박한다.
속칭 '짬순'으로 밀어내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러나 바이오는 무척 어렵다. 화학·소재 분야도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산업에 접근하고 이해하기 수월한 건 마찬가지다. 짬에 밀린 MZ세대 기자 누군가는 이런 업무 배정을 '워라밸'을 박탈당한다의 이음동의어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의 꼬리물기와 복잡한 순환논법이 완성되는 느낌이 달갑지 않다.
다행히 이 시대적 담론(?)을 끝낼 실마리는 LG화학 측에서 던져주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신 성장동력으로 삼은 생명과학의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을 통한 분사 계획은 일절 없다고 단언했다.
바이오 R&D 비용이나 인수대금은 내부서 감내할 수준인 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끌어안고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 사업의 경우엔 굉장히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경쟁이 격화해 대규모 투자가 한시라도 빨리 필요했던 상황이라 분할 후 IPO를 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득 기독교 신약 성경의 '돌아온 탕자 비유'가 떠오른다. 비유 속 둘째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을 유산을 미리 타내는 패륜 행보 끝에 결국 거지꼴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와 자신을 노예로 삼아달라는 둘째를 맨발로 나가 끌어안고 입맞춘 뒤, 본인의 금가락지를 빼 손에 끼워준다. 첫째 아들의 불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비유 속 둘째 아들은 무일푼이었만 생명과학은 매해 수천억의 매출을 내 왔다. 기업 논리를 거스를 수 없는 LG화학이 올해 2000억원에서 2027년 35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을 밝힌 생명과학 R&D 투자금과 비유 속 아버지의 가락지의 무게가 비슷할 법한 느낌을 받는 건 단순한 착각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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