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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저축은행·캐피탈보다 PF 부실 우려 커" [2022 캐피탈마켓 포럼]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 상무

안준호 기자공개 2022-10-21 08:09:52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금융시장을 떠도는 가운데 관련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업권으로 증권업계가 지목됐다. 양적으로는 저축은행, 캐피탈사들보다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이 낮지만, 질적 지표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위험 노출도는 오히려 더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호황기에 부동산PF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높은 실적을 올린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금 경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계열사 지원이 가능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나, 자기자본이 큰 초대형 증권사와 달리 자금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 상무(사진)는 더벨이 20일 개최한 '2022 더벨 캐피탈 마켓 포럼'에서 '금융업권 부동산PE 리스크 진단'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상무는 최근 금융환경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금리가 높았던 2011년 이상으로 금리가 올라갔다"며 "최근 5년간 급격히 상승했던 주택 시장은 가격 하락과 함께 미분양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이하며 금융환경에도 일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 호황에 기대어 부동산PF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증권사들에게도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거 부동산PF에서 공사대금 제공 수준의 참여에 그쳤던 증권사는 최근 신용보강에도 참여하게 됐다. 부동산 익스포져가 과거 대비 높아진 만큼 과거 시장 침체기와 달리 건설사는 물론 금융업권에도 미치는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이 상무는 "부동산PF는 토지매입→인허가→착공→분양→입주까지 차별화된 리스크가 나타나며, 초기일수록 위험도가 크다"며 "올해 들어 부동산PF 신규 결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 브릿지론 같은 사전 단계 대출이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연장되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는 1~2회의 만기 연장을 통해 버티는 단계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부실 처리되는 곳이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갈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비은행권, 그 중에서도 증권업계가 꼽혔다. 양적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만을 놓고 보면 증권사들은 타 업권보다 위험도가 낮다. 저축은행(139%) 캐피탈(95%)에 비해 현저히 낮은 68%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지역 △사업단계 △상환순위 등 질적인 지표로 분석해보면 위험도가 가장 높다.

투자지역은 지방·해외 비중이 클수록, 사업단계는 초기일수록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환순위는 중·후순위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나신평이 유효등급을 보유한 24개 증권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방·해외 투자 비중이 74%에 달했고, 상환순위는 중·후순위 비중이 40%로 나타났다. 계약금대출이나 브릿지론 등 초기 단계 익스포져 역시 21%로 저축은행(55%)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증권업권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는 자기자본 1조원 이하의 중형 증권사들이다. 중형사 부동산 익스포져는 71%로 증권업계 평균을 상회한다. 투자지역 역시 대구, 세종, 대전, 부산 등 부동산경기 침체의 직격타를 맞은 지방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회수가능성을 평가하는 상환순위 지표 역시 후순위 비중이 절반 이상인 55%에 달한다. 사업단계도 초기 브릿지론 비중이 업권 평균(21%) 대비 높은 수준인 36%를 기록하고 있다.

이 상무는 "초대형사들도 해외 투자와 부동산펀드 때문에 고위험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이들은 자금 여력이 충분해 위험도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형 증권사들은 PF 주관을 위한 수주 경쟁 과정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기 때문에 초기 사업단계 익스포져가 업계 평균보다 증가한 상태"라며 "호황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본PF 전환이 늦어지고 브릿지론이 누적될 경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문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위험요소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부동산 호황이 지속되고, 단군 이래 가장 낮은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이었기에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 상무는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세 업권을 비교해보면 가장 위험한 곳은 신용보강을 담당하는 증권사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연장하기 보다는 빠르게 정리하고, 최대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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