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파운드리도, 메모리 기업도 '눈독'…ARM의 활용 가치 [반도체 M&A 전략을 묻다]②전략적 제휴 통한 시너지 모색…ASML 투자 사례 참고할듯

김혜란 기자공개 2022-11-07 13:37:35

[편집자주]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다른 섹터에서 이뤄지는 딜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장벽 높은 반독점심사, 조 단위에 이르는 위약금. 이런 특성 탓에 원매자가 인수 의지가 있어도 함부로 뛰어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M&A가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전략임은 분명하다. 'K-반도체' 역시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생태계를 넓혀왔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며 M&A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선택할 전략과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4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반도체 M&A 시장에서 단연 주목받는 기업은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이다. ARM은 시스템 반도체 IP를 팹리스(설계전문) 등에 팔아 라이선스 수수료와 로열티(저작권료)를 받는다.

ARM이 공급하는 IP는 시스템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면이기 때문에 팹리스 사업과는 당연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반독점심사 벽을 넘지 못해 최종 무산됐으나 팹리스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추진했던 이유도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팹리스뿐 아니라 메모리 주력인 SK하이닉스, 종합반도체기업(IDM) 삼성전자와 인텔, 순수 파운드리(위탁생산)인 대만 TSMC 등도 잠재적 원매자로 꼽힌다.

팹리스는 물론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까지 ARM과 주주관계로 엮여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ARM-파운드리'의 연결고리

ARM은 팹리스뿐 아니라 파운드리의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파운드리가 ARM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한 국내 팹리스 대표는 "팹리스는 ARM의 여러 IP를 조합하고 본인들의 IP를 더해 칩을 설계하고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겨 만드는데, 이를 위해선 다양한 IP가 사용하려는 파운드리의 특정 공정에 포팅돼 검증이 완료된 상태여야 한다"며 "IP를 돈 내고 쓰는 팹리스가 리소스를 투입해 직접 검증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팹리스가 특정 IP를 가져다 쓰기 전에 이미 그 공정에서 파운드리와 IP기업이 같이 IP 검증을 완료해 놓은 상태여야 한다는 의미다.

IP회사는 IP를 팹리스에 팔고, 파운드리는 팹리스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파운드리와 IP기업이 파운드리 공정에 IP를 맞춰보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서로 전략적 파트너로 협업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보다 TSMC가 팹리스 고객이 훨씬 많다 보니 IP회사들이 TSMC의 프로세스에 최적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TSMC의 IP 풀이 훨씬 풍부하고, 다시 팹리스의 주문이 TSMC에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을 다 하다보니 ARM IP의 전략적 활용가치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ARM 홈페이지

◇차세대 메모리 개발 역량 강화에도 도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ARM 딜을 바라보는 관점은 팹리스, 파운드리와는 조금 다르다. 사실 메모리 기업에 시스템 반도체 IP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차세대 메모리 분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반도체(PIM·Processing in Memory)를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까지 추가한 하나의 시스템을 설계하려면, ARM의 시스템 반도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준비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ARM의 경영권이 다른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넘어가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ARM 공동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최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는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ARM 공동인수와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ARM 딜의 향방이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은 만큼, 물밑에서 인수든, 투자든 여러 시나리오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ARM은 메모리 기업이나 파운드리, 팹리스가 충분히 들여다볼 만한 매력적인 매물임은 분명하다. ARM의 주주가 된다면 최신 기술을 먼저 확보하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해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ARM과는 딜 구조 자체가 다르지만, 과거 삼성전자의 네덜란드 장비기업 ASML 투자 역시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ASML의 주요 고객사였는데, 2012년 지분 투자를 단행해 주주로까지 올라섰다. 주주관계로 묶여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PIM(Processing-In-Memory)이 적용된 'GDDR6-AiM'.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한 미래형 반도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