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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금투협 회장 선거]'위기에 강한' 서명석 "자본시장 구원투수 되겠다"⑧유안타증권 전 대표이사, 동양증권 매각 일등공신…충암고 출신 '눈길'

이지혜 기자공개 2022-11-02 13:10:33

[편집자주]

제6 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협회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공모 일정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경쟁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금투협 회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깨가 무겁지만 그만큼 명예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자리다. 금리 인상, 증시 위축 등으로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지금, 위기를 돌파할 리더는 누구일까. 더벨이 협회장 후보 출사표를 던진 인물의 면면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31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원투수’. 서명석 유안타증권 전 대표이사 사장(사진)에게는 아직도 이런 별명이 따라붙는다. 2013년 동양사태로 휘청대던 동양증권을 일으켜 세운 주역이라서다.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계열사 회사채와 CP 불완전판매로 회사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서 후보자는 당시 사장 내정자로 불렸지만 영광은 가볍고 왕관은 무거웠다. 사장으로서 첫 임무가 회사를 매각해 되살리는 일이었던 탓이다. 직원 수천명의 생계가 서 후보자를 짓눌렀다.

서 후보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대만으로 건너 가 최대 증권사인 유안타에 매각을 타진했다. 떨어진 직원 사기를 되살려 동양증권이 유안타증권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었다. “위기일수록 힘이 생긴다.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돌파하려는 의지가 강해진다.” 서 후보자는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저력은 서 후보자가 제 6회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배경이기도 하다. 위기에 빠진 자본시장을 강한 돌파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자본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바꾸겠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협회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금융시장이 제대로 평가받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낳은 영웅” 남다른 인사이트로 리서치업계 평정

1986년 사상 처음으로 종합주가지수가 200포인트를 돌파했다. 서 후보자는 기회로 느껴졌다. 수 년 안에 한국 자본시장이 해외에 개방되면서 큰 성장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기도 전에 동양증권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뗐다.

지점의 신입 영업사원으로 시작했지만 서 후보자의 실력은 곧 본사까지 입소문이 났다. 주식 운용은 물론 시장 전망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점 생활 4년 만에 본사 애널리스트로 스카우트됐다.

“위기가 낳은 영웅.” 2002년 911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시절 그의 시장 전망이 적중하면서 모 언론사에서는 서 후보자를 이렇게 부르기에 이르렀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시장을 평정하며 서 후보자는 일찌감치 그룹 핵심 임원진과 소통하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이는 동양증권부터 유안타증권에 이르기까지 한 회사에만 36년째 머문 유인이기도 하다. 위에서 끌고 아래에서 받쳐주니 서 후보자가 회사에 느끼는 의리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커리어 패스에 본격적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11년이었다. 리서치센터에서 벗어나 동양증권 경영기획부문장이자 동양파워 발전사업추진본부장을 맡아 강원도 삼척 폐광산 부지에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사업으로 실현된 순간이었다.

200억원짜리 프로젝트가 3년 만에 4311억원 규모가 되어 매각됐다. 이는 2013년 동양증권이 동양사태로 쓰러질 위기에 처했을 때도 버팀목이 되어줬다. 동양그룹 채권투자자를 달래고 대만 최대 증권사인 유안타가 동양증권을 품에 안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내가 받고 싶은 솔루션을 제안한다”…동양증권 M&A 성사

동양사태는 서 후보자에게 위기이기도 했지만 증권업계에 이름을 떨치는 계기도 되어줬다. 2013년 동양증권의 모기업인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동양증권도 화살을 비껴가지 못했다.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등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이에 동양증권은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 등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부사장으로 막 승진했던 서 후보자로서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과 같았다. 금융당국의 눈초리는 살벌했고 한때 증권가를 호령했던 동양증권은 매각을 고민하는 처지에 몰렸다. 당시 동양증권에 몸 담고 있던 식구들만 2400명이 넘었다.

당시 동양증권 임직원은 서 후보자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는 동양증권 노조가 발족한 TF 팀장을 맡으면서 동양증권 임직원의 구심점이 됐다. 서 후보자를 향한 내부적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서 후보자는 적정 인수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대만으로 달려가 유안타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불완전판매 관련 우발채무를 놓고 서 후보자가 직접 담판을 벌인 끝에 대만 유안타가 우발채무 관련 핵심 조건 대부분을 철회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서 후보자는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며 “대만 유안타증권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부사장이 된 지 1년 만인 2013년 서 후보자는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2020년 3월까지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 마침내 사장까지 오른 셈이다.

사장이 되기 위한 준비는 일찌감치 이뤄져왔다. 그는 “사장이 되려면 능숙한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해 46세가 됐을 때 늦깎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며 “2013년 대만에서 생애 최초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이런 영어실력이 사장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금투협 아우르는 마당발…“준비된 회장” 자신감

기회를 포착하는 통찰력과 남보다 먼저 준비하는 철저함은 서 후보자가 유안타증권의 사장에 오른 비결이다. 서 후보자는 이제 이런 능력을 살려 차기 금투협 회장이 되겠다며 몸을 일으켰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 사장으로 일하며 고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업과 나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금투협 회장이었다. 수년 전부터 금투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노라고 주위에 알리고 준비해왔다.”

이는 서 후보자의 경력에서도 드러난다. 서 후보자는 2015년부터 금투협의 자율규제위원, 회원이사 등으로 일하며 증권업계의 유력 인사는 물론 금투협과도 인연을 맺어왔다.

서 후보자의 학맥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서 후보자는 1980년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인 셈이다. 현재 충암고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고위공직자를 다수 배출하며 약진하고 있다.

'충여회' 소속이기도 하다. 충여회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의도에서 일하는 충암고 출신 졸업자 모임으로 2005년 설립됐다가 최근 해산됐다. 서 후보자를 비롯해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김재준 전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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