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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재단 리포트]대기업 의료재단 이사회, 임기도 내부 전문가도 없다임기 제한 없어, 10년 이상 재직…실질 경영인력 배제, '외부인사'로만 구성

최은진 기자공개 2022-11-09 0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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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은 공공성과 윤리성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운영 규제가 따른다. 개인이 하는 병의원 외에는 공익법인이나 재단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유형이 제각각이고 그나마도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아 운영실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형 의료기관들이 협업자 혹은 투자자로 나서고 있지만 그 면면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벨은 국내 '빅(Big) 5'를 포함한 대형병원 등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8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상 상장사의 사외이사 임기는 6년으로 제한을 둔다. 계열사까지 포함해 9년을 넘기지 못한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을 해소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대안책이다.

하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은 이러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대기업 계열 의료재단의 경우 10년 이상 장수 이사들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병원 경영과 관련된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정작 내부 의사들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병원경영 무관한 언론인 등 이사회 포진…15년 장수 이사 눈길

재단 이사회는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로 구분한다. 상임이사는 재단에서 상근하는 이사이고 비상임이사는 상근하지 않는 임원을 의미한다. 기업으로 따지면 각각 사내이사, 사외이사로 분류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회에는 10명의 이사가 참여한다. 상임이사는 두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상임이사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서정돈 이사장, 임영빈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모든 이사가 외부인사다.

이진강·신희섭·양옥경 비상임이사는 2012년 선임된 인물로 10년간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87%가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수익에서 발생하지만 의사가 단 한명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장 역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강북삼성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의료재단 이사회는 8명의 이사가 있다. 이 가운데 7명의 이사가 비상임이사다. 재단 이사장인 육현표 이사장도 비상임이사다. 삼성의료재단을 총괄하고 있지만 상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이자 삼성그룹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장인 임 이사장도 비상임이사로 올라있다.

한명의 상임이사는 지난해 선임된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이다. 삼성의료재단이 강북삼성병원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 원장을 삼임이사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비상임이사 가운데 신언항·엄기영 이사는 2007년 선임된 인물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사직을 15년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각각 병원 운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보건복지부 차관, 언론인을 지낸 인물이다. 감사인 양승우 안진회계법인 전 대표의 경우엔 1990년대부터 약 20년간 감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사 가운데 의사출신은 강대희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와 고광철 창원삼성병원장 단 둘 뿐이다. 이마저도 강북삼성병원 내부인력이 아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 내부에서 지난해 선임된 원장에 대한 불신임 소송이 제기된 것도 폐쇄적이고도 불투명한 이사회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을 이끌어 갈 인물을 선출하는 데 필요한 절차나 권한 등이 실질적으로 병원 경영과는 무관한 인력들로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평균연령 75세 '고령', 올해부터 아산의료원장 이사로 추대

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아산사회복지재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사는 15명이다. 오너이자 재단을 이끄는 정몽준 이사장을 비롯해 전부 비상임 이사다.

재단 수익의 91%가 의료수익에서 창출되지만 병원 내부 인력은 박성욱 아산의료원장 한명이다. 다만 아산병원측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병원 운영만 하는 게 아닌 장학 및 학술 등 사회복지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사회 구성을 했다고 설명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회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이사들의 연령이 상당히 고령이라는 점이다. 1930년대생 이사가 3인, 1940년생 이사가 4인이다. 평균 연령은 75세다. 이사들의 재직기간이 20년이 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장정자 이사의 경우엔 2000년대 이전부터 이사로 활약했다. 이홍구 이사는 2003년부터 19년간 이사로 재직했다.

대기업 계열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기업의 이사회 제도는 진화하고 있지만 의료재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며 "많게는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대형병원의 경영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더욱 투명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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