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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현대차의 '북미산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열망美 차세대 배터리 제조사 4곳에 총 850억 투자...2곳 상장으로 지분가치 확대

양도웅 기자공개 2022-11-16 13:31:17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더벨이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4일 16: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에 고민거리를 안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기차 관련 기업에 요구하는 바는 간명하다. 미국에서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소재와 광물을 조달해(①)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②) 미국에서 전기차를 완성하라는 주문이다(③).

요구는 간명할지 모르나 이미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갖춰가는 현대차 입장에선 난감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략기획담당인 공영운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IRA가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도 미국 출장길에 올라 IRA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IRA가 현대차에 큰 폭의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전임인 트럼프 정부 때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미 2년여 전 발효한 멕시코·캐나다와 맺은 협정 'USMCA'에 북미 중심의 생산을 유도하는 공급망 재편 노력을 담았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 IRA다.

◇ 2018년 美 전고체 업체에 잇딴 투자...솔리드 파워 지분가치 11배 확대

이처럼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는 적어도 2년여 전부터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었다. 때문에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현대차도 이에 맞는 전기차 공급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로 나타난다.

현대차 투자 포트폴리오에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18년이다. 이 해 3월 회사는 자사 전기차 브랜드와 동일한 이름을 쓰는 '아이오닉 머티리얼즈(Ionic Materials)'에 총 50억여원을 투자했다. 미래 전기차 배터리로 기대받는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달 뒤 '솔리드 파워(Solid Power)'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먼저 투자한 아이오닉 머티리얼즈와 동일하게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지만 경쟁력 면에선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현대차는 2021년에 솔리드 파워에 약 10억원을 추가 투자했을 만큼 기술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솔리드 파워도 이에 부응하고 있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현대차 지분 가치는 현재(현지시각 11일 기준) 4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셈이다. 올해 3분기 매출도 28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여전히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보면 2018년 투자 포트폴리오를 막 확대하던 시기 현대차는 철저하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고체배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현 주력 배터리인 리튬이온배터리의 다음 모델로 꼽힌다.

(출처=현대자동차 역대 사업보고서)

◇美 리튬메탈배터리 제조사 'SES'에 역대 최대 규모 700억 투자

2018년 전고체배터리 업체에 잇달아 투자한 뒤 2019년과 2020년 현대차는 크로아티아 전기 슈퍼카 제조사인 '리막(Rimac)', 영국 전기 상용차 제조사인 '어라이벌(Arrival)',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전고체 포함 배터리 업체에 추가로 출자하진 않았다.

중단했던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대한 투자는 2021년 재개했다. 2018년과 비교해 규모가 한층 더 커졌다. 2020년 하반기 USMCA 발효,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변함없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1년 현대차는 리튬메탈배터리 제조사인 'SES(Solid Energy Systems)'에 340억원을 투자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대한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리튬메탈배터리는 현재 대세인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가량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용화 시기는 2025년 정도로 관측된다.

뒤이어 전고체배터리 제조사인 '팩토리얼(factorial)'에는 7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와 함께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 현대차는 신규 출자를 하지 않았지만 상반기 SES에 36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로써 SES에 출자한 규모는 총 700억원을 늘어났다. 지분도 2.0%에서 2.6%에서 소폭 상승했다. 올해 초 스팩 합병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현대차가 보유한 현재 지분가치는 7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SES 이사회에는 현대차와 가까운 인물이자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최장욱 서울대 교수가 이사회 멤버로 올라 있다. 최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2021년 서울대 내에 설립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이었다. 현대차와 SES의 가교 역할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ES 이사회 일원 중 한 명인 서울대 최장욱 교수. 최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설립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이었다. (출처=SES 홈페이지)

◇'차세대 배터리' 생산기지는 미국?

정리하면 현대차는 2018년 인오가닉 전략(지분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 뒤, 미국 현지 배터리 업체인 △아이오닉 머티리얼즈 △솔리드 파워 △SES △팩토리얼 등 4곳에 총 850억원 이상을 출자했다. 흥미롭게도 모두 현재의 주력 배터리인 리튬이온배터리가 아닌 리튬메탈배터리 또는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는 곳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기존 파트사가 설립한 미국 현지 공장에서 납품받거나, 혹은 기존 파트너사들과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대차 서강현 CFO는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에서 "현지 배터리 합작법인을 포함한 다양한 현실적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25년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리튬메탈배터리와 전고체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생산과 관련해선 상용화 시점에 발맞춰 현재 투자한 네 개 기업 중 한 곳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다만 IRA 수혜를 입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전기차 관련 기업에 다양한 형태로 투자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게 만든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궈쉬안가오커)도 미국에 소재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할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과 관련해선 서 CFO가 밝힌 내용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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