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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정책 대담]'골든타임' 팹리스 생태계 육성 아이디어는②민간자본 출자 확대해 상장자금 지원…MPC 사업으로 상용화 도와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2-12-05 12:39:36

[편집자주]

반도체를 사이에 두고 국가 대 국가의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가 한 국가의 안보자산으로 관리되면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지원을 쏟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 초강국 건설'을 목표로 정부와 국회, 산업계, 학계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와 정부, 산학연을 대표할 인사들을 만나 지금 필요한 'K-반도체' 정책과 지원책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흐름이 거세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의 거대한 물결이 확 바뀌는 지금은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 불모지' 한국에도 기회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스타 팹리스'를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한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의 수석매니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거친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는 취약한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책자금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아이디어 중 하나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민간 자금을 출자받아 펀드를 조성, 밸류체인 내로 성장 자본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픽셀플러스 대표이사)은 팹리스들이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 단계까지 갈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공하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멀티프로젝트칩(MPC)' 사업을 활성화하고 여기에 정책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유웅환 대표 "민간 자본 유입 확대 제안"

유 대표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이 높아지면 그 일부를 환원해 전용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세액공제 비율이 20%로 오르게 되면 대기업이 세제 혜택을 더 받은 금액의 절반가량을 펀드에 출자하는 것이다. 이 펀드를 통해 소부장과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면 생태계를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미국과 대만에선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주요 경쟁국과 경쟁하려면 한국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맞춰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 안팎의 요구다. 현행법상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각각 6%, 8%, 16%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도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 대표는 "한국벤처투자는 평균 1.3배를 회수한다. 예를 들어 1년에 1조원씩 10년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10년 뒤부터는 각각 20조원이 돼서 돌아온다는 얘기"라며 "(기업들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면서 경제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대기업에 대해 당장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 같지만 나중에 (대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 투자차익에 대해 또 세금을 내게 된다"며 "(세액공제) 혜택이 국민과 기업에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에 돌아오도록 해 선순환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는 일각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사회 환원형태라는 점, 그리고 그 수혜가 기업과 지역사회, 반도체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내부.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이서규 회장 "MPC 사업 활성화 중요"

이 회장은 개별 팹리스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무엇보다 팹리스가 개발한 칩의 상용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MPC 사업이다. MPC는 웨이퍼 한 장에 여러 회사의 반도체를 넣어 생산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와는 개념이 다르다.

MPC는 여러 회사의 반도체를 한 개 칩 형태로 만든다. 예를 들어 국내에는 딥엑스, 모빌린트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 전문 회사가 여럿 있는데 이들 칩을 한 칩에 넣는다. 이러면 디자인하우스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NPU 등이 다 담긴 칩을 한 번에 설계해 검증한다.

MPW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을 공유하는 형태라면 MPC는 설계자산(IP) 전문기업 ARM 등에서 사 오는 IP까지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각 회사가 따로 칩을 만들면 IP 비용을 각자 지불하지만 MPC는 한 칩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IP 사용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회장은 "팹리스 스타트업도 MPC로 자기 기술을 정확하게 보여줘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그래야 양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가 MPW 사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MPC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MPC에 대한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전제로 "(반도체 기업의 민간자금 출자) 펀드가 만들어지면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등을 통해 (이 회장이 말한) MPC를 지원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MPC와 IP 기업 간 계약 주체가 될 SPC가 설립되고 이 회사에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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