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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사 전략 진단]30년만에 법인 전환한 AIA생명, 매각설에 흔들⑩법인 전환 4년에 양호한 재무지표 긍정적…주요 임원 임기 전 사직으로 잡음

서은내 기자공개 2022-12-15 08:22:02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선진 금융 제도, 상품, 영업 전략을 소개하며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 왔다. 본사 차원의 방향, 금융 시장 환경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곳들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남아 체력을 과시하는 보험사도 있다. 더벨은 회사의 성패를 가른 '전략'을 중심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IA생명은 한국 시장에서 약 30년간 지점 형태로 영업해오다 2018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법인 전환 이후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사다난했다. 피터 정 전 대표를 비롯해 CFO가 임기만료 전 사임해 잡음이 일었다.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재무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반대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법인 전환 전 호실적을 내던 때 만큼은 아니어도 순이익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특히 외환거래이익 규모가 크게 나타났다. 자산운용에 강점을 둔 만큼 운용자산이익률도 4%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익잉여금도 불려가는 모습이다. 자본비율도 높다.

◇알리코·아메리카·AIG 거쳐 AIA생명으로

AIA생명은 1987년 알리코(American Life Insurance Company)가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 한국 시장에서 보험영업을 개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알리코생명은 한국 보험업계 최초로 통신판매기법을 도입했으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겸업하는 형태를 처음 시작한 것도 알리코생명이었다. 이후 알리코생명에서 아메리카생명으로, 2000년에는 AIG생명, 2009년에는 AIA생명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AIG 본사가 파산 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지역 생명보험 부문이 쪼개어져 2009년 AIA로 따로 떨어져나왔으며 2010년 AIA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한국 AIG생명이 사명을 AIA생명으로 변경한 것도 이때부터다. AIA그룹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18개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AIA생명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표를 역임한 이상휘 전 사장과 법인 전환 시기 경영을 맡았던 차태진 전 대표 외에는 외국인 대표를 본사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관행을 이어왔다.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네이슨 마이클 촹 현 AIA생명 대표(사진)는 홍콩 국적으로 AIA그룹 및 홍콩마카오 지역에서 재무담당임원을 거쳤다.


네이슨촹 대표와 함께 하는 경영진들 중에서 신규 선임된 인사들이 많이 보인다. 8월부터 CFO직을 수행하고 있는 전혜숙 재무본부장부터 전진홍 테크놀로지&오퍼레이션본부장, 이황주 인적자원본부장까지 하반기 이후로 선임된 이들이다.

전혜숙 재무본부장, 황지예 마케팅본부장, 전진홍 테크놀로지&오퍼레이션본부장, 임명진 영업총괄본부장, 고학범 대면영업본부장, 이황주 인적자원본부장, 박정진 법무지원본부장, 백경훈 자산운용본부장이 주요 경영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각설 끊이지 않지만…재무지표는 긍정적

AIA생명은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AIA International Limited)가 모회사로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보면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 위에 AIA컴퍼니리미티드가, 그 위에 AIA그룹리미티드가 놓여있다.

AIA그룹이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보니 한국법인 역시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민한 분위기다. 최근 실적 하락과 함께 AIA그룹의 주가는 지난 6월부터 11월 초까지 35% 이상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된 상태다. 한창 주가가 내림세였던 11월 당시에는 시가총액이 60조원 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매년 한화로 4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AIA그룹은 올해 상반기 7000억원 이상 순손실을 냈다. 반면 한국 법인 AIA생명의 재무지표는 긍정적이다. 법인 전환한 2018년과 2019년 순이익이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으나 2020년부터 다시 순이익 증가세다.

올해 3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한 274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법인전환 때 한국지점의 보험계약을 신설 법인으로 이전하면서 이익잉여금을 없앴지만 그 후로 다시 매년 순이익을 쌓아가며 이익잉여금도 63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감안할때 그룹 내에서 입지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운용에서 탄탄한 수완을 발휘해오고 있다. 거의 매년 4%대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4.2%, 올해는 3분기 기준 4.67%를 기록했다. 운용자산 중에서는 외화유가증권의 규모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2조8300억원이다. 매도가능금융자산 중에서는 43%다.

최근 달러 가치가 급증하면서 AIA생명은 외환거래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 역시 외화유가증권 투자와 맞물렸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3분기 외환거래이익 규모는 47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90억원)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반면 외환거래 손실은 지난해 3분기 209억원에서 올해 3분기 74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덕에 지급여력비율도 업계에서 상위 그룹에 자리해있다. 올해 3분기 말 RBC 비율이 268.11%다. 금리 상승으로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한 보험업계의 상황은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자본 비율을 지켜냈다.

이같은 내부 상황과 달리 회사의 매각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주요 경영진이 급작스럽게 사임을 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반년 가량 남겨둔 채로 사임했고 비슷한 시기에 CFO 이상돈 전무도 사임했다. 이 전무는 연임이 결정돼 임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피터 정 전 대표 이전 대표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매년 2000억원 가량 순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 법인에 대해 철수를 결정하거나 매각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내년 새로 적용되는 보험 회계기준이나 신지급여력 제도 하에서도 AIA생명은 자본비율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다.

한 외국계보험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을 수 있다"며 "신임 대표와 경영진들이 재무 뿐 아니라 영업 등 본업에서 본질적인 경쟁력을 늘려간다면 그동안의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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