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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리뷰]'투자기지 구축' 과제 주어진 롯데지주 고정욱 CFO바이오 키워야 하는데, '기둥' 롯데케미칼 흔들 …투자·재무건전성 균형 관건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11 10:53:39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16:2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지주는 원래가 순수 지주회사치고 차입이 많은 편이었다. 출범 직후부터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지분취득에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투자형 지주사로 변신을 본격화하면서 유동성 유출이 또 이어졌다.

고정욱 부사장 역시 신사업 투자 조력을 과제로 안고 1년 전 재무혁신실장(CFO) 임기를 시작했다. 성장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가 이제 막 닻을 올린 상태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공을 들이는 시장이니 진출할 때부터 집중적 투자가 예상됐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론이 발목을 잡고 있다. 돈 나갈 구석은 많은데 계열사 신용등급이 줄줄이 부정적 전망을 달면서 조달 환경도 어두워졌다.

롯데지주는 자체적인 사업을 사업을 따로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로 분류된다.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니 계열사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다. 영업수익 원천을 보면 배당수익, 상표권사용수익, 경영지원수익 및 임대수익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임대수익과 공통시스템수익을 제외했을 때 롯데케미칼이 28% 수준으로 영업수익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역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 자체신용도의 가중평균을 고려해서 정해지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들 아웃룩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으면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재무채임자인 고 부사장으로선 임기 첫 해부터 어려운 길을 지나게 됐다. 그는 작년 2021년 말 임원인사에서 롯데지주 CFO로 발령이 났다. 1992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이후 롯데캐피칼에서 RM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영업1본부장으로 경력을 쌓다가 2019년부터 대표이사까지 지내고 롯데지주로 이동했다. 업계에선 투자형 지주사 추진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롯데지주는 투자형 지주사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2022년 상반기 각각 700억원, 104억원을 들여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작년 12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증 참여를 통해 1685억원을 지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으며 롯데헬스케어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을 언급하며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투자여력이다. 계열사로 흘러가는 자금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롯데지주는 2017년 지주사로 출범한 뒤 이듬해 롯데케미칼 지분 23%를 사는 데만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썼다. 이후로도 작년까지 계열사 지분 취득과 유증참여 등에 1조4000억원 가량이 더 들어갔다.

올해 역시 롯데케미칼이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적잖은 자금 지출이 있을 예정이다. 롯데지주가 대주주로서 지분율(25.59%) 희석을 막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구주주 배정주식에 더해 초과청약 한도 주식까지 인수하기로 하면서 3011억원을 수혈한다. 든든한 기둥이었던 롯데케미칼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지주는 이미 총차입금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1조원 밑이었지만 2018년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대금 대부분을 단기차입금 조달로 충당한 탓에 3조177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줄어드는 듯 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전환, 작년 9월 말 기준 별도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이 3조9000억원을 넘는다.

차입금 구성을 보면 단기차입금은 9300억원, 유동성 장기부채는 6054억원이 있다. 합산했을 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은 1조5354억원이다. 이자의 경우 올해 나간 비용을 연환산해서 831억원 수준이다. 연 4000억원대의 자본적 지출(CAPEX) 비용, '별도 손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의 배당정책을 감안하면 다가오는 1년간 롯데지주가 소요해야 할 자금은 2조원 안팎으로 추산할 수 있다.


유동성 지표의 경우 작년 9월 말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약 1조1469억원,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980억원을 기록했다. 직접 쓸 수 있는 유동성 원천은 대략 1조4000억원으로 가늠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익의 근간인 계열사들, 그 중에서도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애초 생각했던 투자계획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재무건전성과 균형을 맞추려면 자금 조달을 책임져야하는 CFO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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