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년 계획은 아직 정한 바 없습니다. 구상 중입니다."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신년 계획,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인사 차원의 말에 가깝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짧은 두 문장을 내뱉는 허 부회장의 얼굴에는 깊은 고심이 묻어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배경에는 바뀐 업무에 대한 고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의 업무를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2023년 정기 인사 발표를 하루 만에 뒤집으며 각 부회장의 역할을 뒤섞었기 때문이다.
앞서 윤 회장은 각 부회장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주며 3인 경쟁 구도를 구축했다. 허 부회장은 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이 부회장은 글로벌·보험, 양 부회장은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을 맡도록 했다. 세 명의 능력을 가늠해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허 부회장의 업무는 양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업무는 허 부회장이, 양 부회장의 업무는 이 부회장이 맡았다. 경쟁자의 업무를 이어받는 만큼 경영 능력은 전임자와 더 잘 비교될 수밖에 없다. 허 부회장이 신년 계획을 두고 '아직'이란 답변을 조심스레 내놓은 이유도 여기 있을지 모른다.
다만 윤 회장의 이런 행보는 그룹 차원에선 축복일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은 한 분야만 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산하에 총 1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것이 회장의 자리다. 어떤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줄 아는 탁월한 안목이 회장에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각 부회장들은 바뀐 업무에 대한 신년 계획으로 머릿속이 복잡할지 모른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업무인 데다 올해 성과가 차기 회장 자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예정이어서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도 업무 능력을 증명해 낼 줄 아는 것. 그것이 윤 회장이 이들에게 던지는 미션이기도 하다. 과연 윤 회장의 시험대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는 이는 누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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