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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수요예측 어디로]사전 투자수요조사 추진, 핵심은 '코너스톤' 도입②"'Test the Water'로는 프라이싱 기능 부활 역부족…코너스톤 도입 절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1-26 07:57:53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내놓은 ‘IPO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중 수요예측 제도의 내실을 다지는 핵심은 ‘사전투자수요조사’의 도입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투자자로부터 예상 수요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 실제 수요예측을 앞두고 적정한 밴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IPO 시장 플레이어 중 사전 투자수요 조사 도입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오랜기간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코너스톤 제도’와 병행되지 않는다면 현재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IPO에 모인 기관수요 절반 이상이 밴드 벗어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 중 사전투자수요조사를 허용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청약 권유 행위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만 가능한데, 이를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부터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의 모집을 위해 청약의 권유행위를 하려면 적절한 투자설명서를 이용해야 한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투자설명서는 정식 투자설명서와 예비투자설명서, 간이투자설명서 등으로 모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에나 만들 수 있다. 현행 이뤄지는 IPO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해당 내용을 담은 예비투자설명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기관들을 만나 IR활동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당국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사전투자수요조사를 가능하게 하려는 건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대부분 발행사·주관사가 제시하는 공모가격 희망범위(밴드)를 벗어나는 일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 처음 제시하는 공모가격이 시장의 투자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요예측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7~2021년 진행된 IPO딜을 집계한 결과,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밴드외 가격을 써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인 54.4%의 수요가 밴드상단을 초과하거나,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종 결정되는 가격대도 밴드를 벗어나는 일이 많았다. 37.5%의 IPO 딜이 제시한 밴드 상단을 넘어서거나 하단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공모가격이 결정됐다. 공모가격이 밴드최상단에서 결정되는 비중이 44.5%로 가장 컸는데, 이는 시장친화적 딜을 목표로 결정 가능한 수준보다 낮은 가격을 선택한 사례들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사전투자수요조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주관회사가 증권신고서를 내기 전에 시장의 심리를 고려해 적절한 밴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적정한 가격이 제시되면 이를 기반으로 가격 발견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령을 어떤 방식으로 개정할 지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서 'Test the Water'로 불리는 방식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전투자수요조사가 허용되는 게 유력하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2년 JOBS법을 도입하며 성장기업(Emerging Growth Companies)에 한정해 사전투자수요조사를 허용한 바 있다. 적격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수요를 사전에 물어 적정 공모조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모든 발행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는 수요예측에 대한 수요를 묻는 절차일 뿐 실제 배정과 이어지는 절차는 아니다. 증권업계에선 실효성 의문을 제기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대다수 IPO 하우스가 공모 밴드를 설정하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기관투자가의 눈높이를 확인한다”며 “사전에 수요를 확인하는 정도로는 실질적인 프라이싱에 큰 역할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코너스톤 제도, 5년만에 첫발 뗄까

IPO 주관사단과 기관투자자 일부에선 사전투자수요조사 도입이 ‘코너스톤 제도’의 도입을 위한 수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코너스톤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공모주 일부를 미리 특정 기관에게 배정하는 것을 뜻한다. 2007년 홍콩 증시에서 처음 시행됐고,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지정된 기관은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일정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우량한 기관과 사전에 조율된 밴드 내에서 가격이 제시되기 때문에 공모가격 밴드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프라이싱 기능의 부재는 2020년부터 유례없는 공모주 호황으로 우후죽순 만들어진 공모주 투자가들의 분석 역량 부족의 영향도 크다”며 “우량 기관이 인증한 가격으로 밴드가 제시된다면 밴드 내 세밀한 가격발견 기능이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 하우스들은 코너스톤 제도 도입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주관사 입장에선 본격적인 공모가 진행되기 전에 물량을 사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제도에선 코너스톤 투자자들의 장기 보호예수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이대로 도입된다면 상장 후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너스톤 제도 도입에 대한 시도는 이어져 왔지만 제도 도입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2018년 이 제도 도입을 사업계획에 담았지만 쉽게 진행을 하지 못했다. 2020년에는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나오지 못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청약행위를 허용해야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했던 문제였는데, 법 개정을 본격 추진할 정도의 동력이 나오지 않은 게 주요 이유였다. 특정 기관투자자에게만 권리를 줘야하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만큼은 코너스톤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전투자수요조사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연계해 코너스톤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방향까지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당국은 이번 방안에서 사전투자수요조사 도입을 밝히며 “코너스톤 제도와 연계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토대를 마련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코너스톤 투자자를 선정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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