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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 무감산 공방]감산 여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④주가 최대 변수 둘 '생산량 축소·하반기 전망치'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06 13:31:11

[편집자주]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감산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인위적'이란 모호한 단어를 쓴 탓도 있지만, 삼성의 감산 발표가 메모리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거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삼성은 왜 무감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일까, 아니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하반기 업황 반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감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감산 이슈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2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시장의 최대 화두는 '감산'이다. 감산이 공급을 줄여 가격 방어를 불러오는 만큼 실적 안정화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 나왔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대신 간접적 감산을 택했는데, 기업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전자의 지난 한 달간 주가 상승 흐름에는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다.

◇감산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왜?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5만원 중반대에서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동안 오름세를 나타내며 전일 6만1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월 한 달 사이 부침은 있었으나 감산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전·모바일 등 다른 사업도 하고 있으나 주가 흐름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D램 가격이다. 기업이 여러 사업 부문을 하고 있더라도 주가는 주요 매출, 영업비중이 높은 사업부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컨퍼런스콜을 앞두고 일부 증권사에서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크게 악화하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놨고, 이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작년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못 박았으나, 기조를 바꾸거나 최소한 자연적인 감산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D램과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생산량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매출 감소로 돌아오기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오히려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1등 기업과 2, 3등 기업이 생산량을 줄인다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1등 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탄탄해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치킨게임'(출혈경쟁)에 나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1,2,3등의 논리로는 해석이 안 됐다. 메모리 1등 기업이 캐파(CAPA·생산능력)를 줄이면 수급 균형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수요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공급을 줄여주면 반등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고, 시장이 회복되고 나면 캐파도 그때 가서 더 늘리면 된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했다는 게 주요 증권가의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현재 50%에 달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반영된 상황에서 주가 흐름을 기존 로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최근 3개월 주가 추이(출처:네이버금융)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흐름은

그러나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00원(3.63%) 내린 6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다 인위적인 감산이나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설비투자 축소와 적극적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국내 일부 증권사는 분석했다.

실적 발표가 끝난 만큼 이제부터 주가 흐름에 중요한 것은 수요 회복에 대한 전망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중요한 것은 투자 축소나 감산에 대한 언급보다 하반기 수요 회복에 대한 전망이며 공급 조절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라며 "하반기 서버와 모바일 중심의 수요 회복을 기반으로 업황이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도 하반기 수요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높은 수준의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 시황 약세가 지속된 이후 하반기에는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탑재량 성장과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DDR5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주가는 반등했다. 전일 종가는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 거래일 대비 800원(1.31%) 오른 6만1800원이었다. 주요 국내 증권사는 사실상 감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하반기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점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CLSA증권 등 해외 증권사들은 삼성이 컨퍼런스콜에서 표면적으로 감산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실질적 감산'이 결정됐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올린 보고서를 발간했다. 감산에 따른 수요 회복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이고 인위적인 감산은 아니더라도 기존 라인들에서 장비 보수와 재배치,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웨이퍼 처리량이 감소하게 하는 형태의 간접적 감산을 하겠다고 시사한 만큼, 감산에 대한 공방은 일단락됐다. 앞으로는 하반기 수요 회복에 기대만큼 다가가가느냐가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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