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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CEO 인사 코드]현대로템, 시행착오 끝 이용배 체제 안착⑧초창기 대표 면면 화려...현재 재무통 단독대표 체제 효과

조은아 기자공개 2023-02-03 07:18:5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가 최근 모두 마무리됐다.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인사는 과거 특정 경향성이 매우 짙었으나 최근 들어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과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인사가 이뤄졌다면 최근 공식이 깨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더벨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실적 부침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다. 2001년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뒤 한때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4년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짧지만 굴곡진 역사는 역대 대표이사진을 봐도 엿볼 수 있다. 초창기엔 정몽구 명예회장의 기대와 애정이 반영된 영향인지 대표를 거친 인물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러나 적자 수렁에 빠진 뒤엔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난 인물도 있다. 직급 역시 부회장부터 부사장까지 천차만별이다.

지금은 재무통인 이용배 사장이 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무거웠던 재무 부담을 털어내고 다시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기대감 안고 출범...초창기 화려한 경영진

현대로템은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1999년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3사가 합병해 탄생했다.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뒤 이듬해 '로템(ROTEM)'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고 2007년에는 현대로템으로 다시 간판을 바꿔달았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사장 시절 계열사였던 현대차량을 흡수합병하면서 철도를 주력사업으로 만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현대차량은 아버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7년 "우리가 만든 열차로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크바로 가고 싶다"는 뜻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했던 회사다.

정 명예회장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한때 철도사업을 포기해야 했으나 2001년 통합법인을 인수했다. 초대 대표는 정학진 사장이 맡았다. 그는 정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현대정공 재무라인 가운데 한 명이다. 현대정공 출신 재무통들은 정 명예회장이 1970년대 현대정공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시기 인연을 맺은 뒤 이후로도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승승장구했다. 정 사장은 2004년 10월까지 3년 동안 현대로템을 이끌었다.

후임 정순원 부회장 역시 정몽구 명예회장의 사람으로 한때 현대차그룹의 핵심 브레인으로 통했다. 그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전무로 재직하던 중 1999년 12월 정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장(부사장)을 맡으며 경영인으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로도 정 명예회장의 참모 역할을 하며 승진을 거듭해왔다.

특히 그는 정 명예회장의 '경복고 사단'으로도 불린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로 키우는 과정에서 그의 곁을 지킨 가신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들 가운데 정 명예회장과 같은 경복고 출신인 유인균 회장, 이계안 회장, 정순원 부회장 등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보다 존재감이 떨어지는 현대로템 대표로 선임되자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그만큼 현대로템을 향한 정 명예회장의 기대가 컸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이후 한동안 정순원 부회장과 김평기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를 이어갔다. 현장에 강한 김평기 사장은 생산 쪽에, 정 부회장은 수출과 전략 쪽에 집중하는 공동대표 제체를 꾸렸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로템은 전성기를 누렸다. 2007년 1조2322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2조2599억원으로 급증한 뒤 2013년까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2년엔 매출 3조원도 넘겼다. 영업이익 역시 2007년 870억원에서 2009년 2280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로도 1500억원대 안팎을 유지했다.

이 시기 회사도 평화로웠다. 2008년 현대로템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인 공동대표 체제를 채택했다. 이여성 부회장, 이용훈 사장, 그리고 강학서 사장(당시 부사장)이 대표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상사맨 출신으로 해외영업에 밝았고, 이용훈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자 오랜 기간 홍보 업무를 경험한 홍보맨 출신이다.

강 부사장은 현대제철에서 잠시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으로 투입돼 1년 정도 대표를 지내다가 2009년 현대제철로 복귀했다. 이 시기 현대로템은 영업과 생산, 재무 쪽 인물이 균형을 이뤘다.

◇시행착오 끝 재무 전문가 이용배 사장 단독대표 체제 합격점

현대로템은 2014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격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 2015년, 2018년, 2019년 모두 큰 폭의 영업손실을 봤다. 해외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이 계속 삐걱댔기 때문이다. 이 시기 현대로템을 이끈 인물은 한규환 부회장, 김승탁 사장, 이건용 부사장 등이다. 한규환 부회장은 2년, 김승탁 사장은 4년, 이건용 부사장은 1년 정도 자리를 지켰다.

한 부회장은 2008년 현대차 그룹을 떠난 지 4년 10개월 만인 2012년 현대로템으로 복귀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8년 1월 퇴임해 창원에 있는 자동차부품회사에서 부회장으로 재직하다가 정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정 명예회장이 떠났던 임원들을 다시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후임인 김승탁 사장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의 해외영업 분야를 두루 거친 글로벌 영업통이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사업 확대가 필요했던 만큼 해외영업 전문가의 선임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로템에는 자리를 오래 지킨 대표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나마 3년 이상 자리를 지킨 인물은 이여성 부회장과 김승탁 사장으로 둘 모두 영업통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작된 뒤 현대로템 대표에 선임된 인물은 이건용 부사장과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배 사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이 부사장의 경우 직급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점이 눈에 띈다. 이 부사장은 2018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로템을 이끌게 됐다. 이전까지는 현대글로비스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이 부사장 역시 넓게 보면 영업 쪽 인사로 분류된다.

이 부사장은 1년여 만인 2019년 말 교체됐다. 현대차그룹에서 3년 임기를 꽉 채우는 일도 흔치 않지만 실적이 부진해도 보통 2년의 시간은 주어진다는 점에서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회장은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재무 전문가인 이용배 사장을 단독대표로 선임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무 전문가가 현대로템 대표에 오른 건 2008년 이후 11년 만이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이후 강도 높은 내실경영으로 확실한 정상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결기준 현대로템의 영업이익은 1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3.9% 증가했다. 매출은 10.1% 늘어난 3조163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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