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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신사업 발굴 특명…’완전자회사’ HL위코 위상 격상[HL홀딩스]③만도헬라 매각→HL위코 유상증자…WCP·우성플라테크·윌비에스엔티 투자

이민호 기자공개 2023-03-02 07:36:25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6: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그룹이 전방위 신사업 발굴에 나서면서 그룹 내 위상이 반전된 계열사가 있다. 자기자본 50억원을 겨우 넘길 만큼 존재감이 작았던 HL위코다. HL홀딩스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매각대금을 포함한 거금 1340억원을 HL위코에 일시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HL위코는 유상증자 자금을 사모투자펀드(PEF)에 그대로 투입해 WCP, 우성플라테크, 윌비에스엔티에 잇따라 투자했다. HL위코가 HL홀딩스의 ‘희소한’ 완전자회사인 만큼 향후에도 신사업 확장 기조를 타고 그룹 내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HL위코 1340억 투입…WCP·우성플라테크·윌비에스엔티 잇단 투자

HL위코는 HL그룹에서 존재감이 드러나는 계열사는 아니다. HL위코는 흔히 ‘쇼바(shock absorber)’로 불리는 차량용 충격흡수장치를 제조하는 업체로 매년 300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내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자산총계가 141억원으로 몸집 자체가 작았다. 2003년 우리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으며 2011년 회생절차에 진입했을 때 한라마이스터가 인수했다. HL홀딩스가 2015년 7월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HL홀딩스의 자회사가 됐다.


그런 HL위코에 HL홀딩스는 2021년 9월 134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한다. 2020년말 52억원에 불과했던 HL위코의 자본총계는 1년 만에 1368억원으로 뛰어올랐다. HL홀딩스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매각 대금을 HL위코 유상증자 자금으로 모두 쏟아붓는 강수를 뒀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HL홀딩스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헬라(Hella Holding International)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갖고 있었다. 2021년 3월 HL만도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전량을 1650억원에 사들이면서 HL홀딩스도 절반인 825억원을 손에 쥐었다. HL위코에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한 것은 이로부터 6개월 후다. HL만도는 그해 12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ADAS사업부문과 합병시켜 HL클레무브를 출범시켰다.

HL위코는 유상증자 직후 대규모 PEF 출자에 나섰다. 2021년 9월 노앤파트너스가 조성한 넥스트레벨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넥스트레벨제1호PEF에 대한 지분율은 90.74%로 크게 높았다. 이어 11월에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클로버사모투자합자회사에 330억원을 투자했다. 클로버PEF에 대한 지분율도 75.86%로 앵커투자자 역할을 했다. 두 PEF에 대한 출자금으로 유상증자 자금을 모두 사용한 셈이다.

지난해 9월에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엘케이디1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엘케이디1호PEF에 대한 지분율도 48.40%로 높았다. 앞서 유상증자 자금을 모두 소진한 HL위코는 HL홀딩스로부터 차입을 일으켜 상계납입하는 방식으로 엘케이디1호PEF 출자금을 충당했다. HL위코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이 7.4%로 크게 하락한 상태였기 때문에 차입여력이 있었다.

넥스트레벨제1호PEF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에 투자했다. WCP는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넥스트레벨제1호PEF가 확보한 WCP 지분율은 공모 전 6.36%로 공모 후 5.03%다. 보유물량에는 다음달말까지 6개월 보호예수 의무가 걸려있다.

클로버PEF는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우성플라테크에 투자했다. 우성플라테크는 캑터스PE의 바이아웃딜이다. 엘케이디1호PEF는 반도체 소재업체 윌비에스엔티에 투자했다. 키움캐피탈-로터스PE-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웰투시인베스트먼트-어센트PE로부터 윌비에스엔티를 인수한 세컨더리딜이다.

◇신사업 발굴 지속…희소한 완전자회사 활용도 증대


HL위코가 PEF 투자에 잇따라 나선 것은 2020년부터 신사업 발굴을 본격화한 HL그룹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2019년 7월 밀키트 제조업체 마이셰프에 15억원을 투자한 HL홀딩스는 2020년 렌터카 플랫폼업체 비마이카(20억원)와 풀필먼트 서비스업체 아워박스(20억원), 2021년 차량관리 플랫폼 ‘닥터차’ 운영업체 오토피디아(10억원)와 전기차 카셰어링업체 제이카(10억원) 등에 잇따라 자체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업체 고미코퍼레이션(10억원), 차량 양수도 플랫폼업체 박차컴퍼니(5억원), 타이어 유통 플랫폼업체 딜러타이어(10억원),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업체 슈퍼브에이아이(20억원)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소액 자체투자를 제외하고 비교적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PEF를 이용한 간접투자가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HL홀딩스가 자체 투자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PEF를 이용하면 투자 전문성을 갖춘 PE와 협업이 가능하다. 차익을 수취하고 엑시트하거나 주식현물을 분배받아 계열사화하는 등 향후 다양한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PEF의 장점이다.


특히 HL위코를 PEF 출자의 통로로 이용한 것은 HL홀딩스 지분율이 100%이기 때문이다. HL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HL만도와 HL디앤아이한라(HL D&I 한라)이지만 두 계열사에 대한 HL홀딩스의 지분율은 각각 30.25%와 16.27%에 불과해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두 계열사를 이용하면 향후 PEF 수익을 HL홀딩스가 온전히 내재화하지 못할 수 있다. 비교적 낮았던 HL위코의 그룹 내 위상이 신사업 발굴 기조를 타고 높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HL홀딩스 계열사 투자자산에서 HL위코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HL홀딩스는 2020년말 HL위코 투자자산 장부금액을 37억원으로 평가했다. 전체 종속·공동기업 투자자산 장부금액(738억원)과 관계기업 투자자산 장부금액(8568억원) 합산의 0.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말 HL위코 투자자산 장부금액은 1377억원으로 종속·공동기업 투자자산 장부금액(2958억원)과 관계기업 투자자산 장부금액(1조519억원) 합산의 10.2%로 뛰어올랐다.

다만 HL위코에 대한 막대한 자금투입은 HL홀딩스의 순차입금 부담을 가중시켰다. HL리츠운용(63억원) 설립 등 신규법인 설립에 따른 자금소요가 겹치면서 2020년말 5027억원이었던 HL홀딩스 순차입금은 2021년말 5872억원, 지난해 3분기말 5961억원으로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과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PEF 간접투자와 자체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차입금 관리가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HL홀딩스 관계자는 "순차입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투자금 회수 등을 통해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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