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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코스닥 투자 노트]2차전지에 가린 첫 순적자 '천보', 배당은 이어간다⑤별도 6억 당기순손실, 메자닌 탓 현금 유출 없는 금융비용 급증 영향…오너일가 수혜 여전

신상윤 기자공개 2023-03-14 07:31:31

[편집자주]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국민연금은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하지만 국내주식, 그 중에서도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상황에서도 견실한 성장성을 보인 코스닥사는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간다. 더벨이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7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천보'가 지난해 별도 기준 순적자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현금 유출이 없는 이자 및 파생상품 평가손실 탓으로 풀이되지만 창사 이래 첫 적자 전환은 이례적이다.

다만 당기순손실에도 배당 규모를 늘리며 주주환원 노력은 이어간다. 천보 지분 구조상 이상율 대표 등 오너일가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배당 수혜를 대부분 누릴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상장사 천보는 오는 23일 충청북도 충주시 본사에서 제1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보통주 1주당 현금 500원을 배당하는 내용을 포함한 별도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을 결의할 계획이다. 현금 배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내용으로 주주총회 승인을 기점으로 1개월 내 지급된다.

주당 배당금액은 전년보다 200원 올랐다. 천보는 상장 첫해인 2019년을 시작으로 매년 1주당 300원의 현금 배당을 고수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200원 상향 조정했다. 결산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전년대비 소폭 오른 0.23%로 산출된다. 이번 배당으로 천보는 5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한 천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 3289억원, 영업이익 5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21.1%, 영업이익은 1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8% 줄어든 428억원으로 집계됐다. 2차전지 전해질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천보신소재 등의 매출이 반영된 성적표다. 외형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2021년 2000억원대를 넘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3000억원대로 올라섰다.

배당금 증액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배당은 천보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론 첫 순손실을 기록한 성적표를 기반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자회사 등을 제외한 천보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944억원, 영업이익은 168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1.6%, 영업이익은 1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적자 전환한 마이너스(-) 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10월 창사 이래 첫 순적자를 기록했다.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대규모로 발행했던 메자닌 탓으로 풀이된다. 천보는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CB와 BW 모두 표면 및 만기 이자가 0%이지만 회계상 인식해야 하는 이자 등이 반영되면서 금융비용이 급증했다.

실제로 천보는 지난해 별도 기준 금융비용은 21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도에 1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늘었다. 여기에는 CB와 BW에 대한 파생상품 평가손실도 포함된다. CB 및 BW는 모두 전환가액이 31만8150원이다. 지난해 말 종가(21만8300원)보다 높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숫자이지만 금융비용 급증은 천보가 이례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게 된 원인이란 해석이다.

별도 기준으론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예년처럼 배당 정책을 이어간 천보의 배당성향은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로 집계된다. 직전 연도까진 20% 내외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배당금 증액은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이하 국민연금)'가 5%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보도 예년과는 동일한 수준의 배당 정책을 고수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배당 수혜가 이상율 대표 등 오너일가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천보 지배구조는 50% 이상을 오너일가가 들고 있다. 특히 이 대표와 부인 서자원 대표, 직계 자녀들은 올해 배당금으로 27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받을 예정이다. 전체 배당금액의 54.3% 규모다.

천보 관계자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론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며 "이번에 배당금을 올린 것도 주주환원에 대한 고민을 담은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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