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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은 지금]농업지원사업비 부담 확대…수익성 vs 공공성 고민⑤5년 새 중앙회 지원배 3배가량 급증…배당금 늘리며 중앙회 지원 확대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17 07:18:43

[편집자주]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협동조합을 모태로 한 금융그룹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10년간 자산은 두 배, 순이익은 5배 성장했다. 규모 확대와 함께 사회적 책임 역할도 충실했다. 농협금융은 매년 농업인 지원 등 사회적 지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최근 관료 출신 이석준 회장이 취임하며 은행의 공공성 논란 속에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과제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취임후 연일 수익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의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 주문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지 말고 사회 공헌을 확대하라는 것이 골자다.

농협금융은 공공 부문에 대한 기여가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다.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가 대표적이다. 농협금융은 이미 매년 배당금과 농업지원사업비 명목으로 1조원 안팎의 자금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회에선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을 높이는 농협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선 이미 충분한 공공 기여를 하고 있다는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의 공공성 확대란 대의 명분 아래에서 수익성을 더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 국회, 농업지원사업비 비중 상향 법안 발의

최근 국회에서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를 확대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건 발의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비율을 현행 2.5%에서 5%로 두 배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3일에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을 현행 0.25%에서 0.3%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농협금융의 각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는 자금을 말한다. 농협중앙회는 해당 자금을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농업지원사업비는 과거 명칭(브랜드)사용료로 불렸지만 농협법 개정으로 지난 2017년부터 현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각 금융 계열사의 직전 3년간 평균 영업수익이 10조원을 초과하면 그중 1.5~2.5%를, 3조~10조원은 0.3~1.5%, 3조원 이하는 0.3% 이하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해 왔다. 농업법에서도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 대비 2.5% 범위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의원이 농업지원사업비 부과 비율을 높인 법안을 발의한 데는 최근 10년간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 상승에도 농업지원사업비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농협금융이 책정한 농업지원사업비는 4505억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4535억원)보다 30억원 적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2930억원에서 2조2308억원으로 8배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 배당금 합치면 중앙회 지원금 1조원 넘어

농업지원사업비가 10년간 더딘 증가세를 보였지만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급한 자금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원한 자금은 4535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905억원으로 10년 새 2.8배 이상 증가했다.

지원금이 급증한 이유는 배당금 때문이다. 농협금융이 타 금융지주 대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100% 지분을 보유한 농협중앙회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600억원에 불과하던 농협금융 배당금은 △2020년 5000억원 △2021년 6800억원 △2022년 64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3월 3470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뒤, 8월에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으로 3330억원을 지급했다.

농협금융은 2013년 배당을 실시한 이후 2018년을 제외하면 매해 1번 이상의 배당을 결정했다. 2018년의 경우 2016년 빅배스(big bath) 여파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농협금융의 배당성향은 타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은 28.6%에 달했다. 이는 농협금융과 함께 5대 금융지주에 속하는 하나(27%), 우리(26%), KB(26%), 신한(23.5%), 보다 높다. 사상 첫 중간배당을 결정한 2021년에는 배당성향이 42.5%까지 치솟았다.

농협금융의 과도한 중앙회 지원금에 금융당국도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농협은행을 상대로 농협중앙회 지원과 관련한 경영유의 조치를 의결했다. 농협은행의 중앙회 지원금은 농협금융 전체 지원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당시 금감원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중앙회 지원금이 은행의 손익 등 재무 현황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과 자본적정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부과되는 대규모의 지출이 농협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문제는 농업지원사업비 확대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다. 해당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협금융이 납부하는 중앙회 지원금 규모가 현재보다 최대 50% 이상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농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농업지원사업비는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지원금 합계는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분의 2에 달하는 액수다.

수익성 역시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은 각각 0.46%, 9.33%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4대 금융지주 평균 ROE(11%)와 ROA(0.6%)보다 낮다. 다만, 농업지원사업비부담전 농협금융의 ROE와 ROA는 각각 0.52%, 10.62%로 경쟁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지원사업비가 현재보다 증가할 경우 수익 지표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배당은 일반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업인 지원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농협금융 입장에서 지원금 확대가 반가울 리는 없다"며 "특히 현재보다 50%가량 중앙회 지원금이 증가할 경우 해외진출과 주력 계열사 지원 자금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는 농협금융의 성장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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