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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법 변화]활용도 높은 자사주 소각하는 삼성물산, 속내는②지배구조 재편 활용 카드 스스로 제거, 잡음 차단 효과 날까

김위수 기자공개 2023-03-14 10:35:12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인색한 태도를 취해왔다. 매입한 자사주를 경영권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통해 고강도 주주환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주된 이유지만, 기업에 따라 주가를 끌어올려 이루고 싶어 하는 '빅 픽처'가 있기도 하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변화하는 자사주 활용법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16: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함께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자사주 정책을 내놓은 것은 단순히 주주환원 차원만은 아니었다.

자사주는 보통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은 신주는 의결권이 생겨 소액주주의 의결권 비중이 줄어든다. 여기에 신설법인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현물로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최대주주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지주사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카드를 태워버리며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물산도 자사주 소각, 삼성전자와 같은 맥락일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달리 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일은 없다.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은 시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 고리가 강력하지 않아 지배력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제기돼왔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64%다. 이밖에 삼성물산이 4.4%, 삼성화재가 1.31%의 삼성전자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 계열사와 최대주주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는 18.24%다.

최대주주 측의 합산 지분율이 다른 그룹에 비해 낮은 편인데다가 삼성전자까지 이어지기는 과정이 멀다. 최대주주로 한정해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면 이 회장 및 특수관계인→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순서가 된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율은 각각 17.97%,10.44%고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9.34%다. 반면 이 회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4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향한 간접적인 형태의 지분 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금산분리 규제의 가시권에 있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 형태도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의 지배구조는 외부요인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큰 셈이다.

이같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재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을 두고 별도 지배구조 개편이 없을 것이란 시그널로 해석이 나오는 배경은 이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핵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거함으로써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 불식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 안 하나 못 하나

사실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재로서는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가깝다. 삼성물산이 지주사 전환에 나선다고 해도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데 문제가 생긴다. 현행 공정경제 3법은 지주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분율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에 필요한 자금은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 기준 93조원에 달한다.

이에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한 삼성물산의 지주사화 등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미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못박은 일이 있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예민한 사안인 지배구조에 대한 언급이 꾸준히 이뤄지는 것 자체라 삼성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굳이 자사주를 들고 있어 오해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가치 오르면…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점에서 최대주주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삼성 오너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5년 연부연납 형태로 오는 2026년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한다. 현재까지 2년어치인 4조원의 상속세를 납부완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4월 3회차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르면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담보가치 역시 오르는 셈이 된다. 주식담보대출로 차입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른 가족들과 달리 아직까지 주담대를 받은 이력이 없는 상황이다. 향후 주담대를 받는다면 지분가치가 오르는 편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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