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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부동산팀을 움직이는 사람들]금융·M&A서 쌓은 경력, 부동산 역량 '백그라운드'①차태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전기룡 기자공개 2023-03-20 08:46:34

[편집자주]

대형 로펌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새롭게 TFT를 발족했다. 고금리 기조로 대형 건설사마저 휘청이자 전문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게 필요했다. 기존 조직만으론 새롭게 불거진 리스크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봤다. 이에 맞춰 부동산·금융·구조조정 등 각분야의 핵심 인력을 한데 모았다. 더벨은 주요 로펌 TFT 대표자들을 만나 부동산 법률자문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부동산 전담조직인 '부동산건설부문'은 2013년 8월에야 역사를 시작했다. 대형 로펌들 가운데 법무법인 화우(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출범 시기가 늦다. 부동산 전담조직을 일찍부터 갖췄던 김앤장 법률사무소(1985년)와 비교하면 3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후발주자지만 시장에 던지는 파장은 적지 않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율촌은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부동산 법률자문 분야에서 5건, 1조6357억원어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조정점유율 기준으로 5위(5.94%)에 해당한다. 단기간에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의 성과 덕분인지 부동산건설부문에는 세계적인 법률 전문지(Chambers Asia Pacific)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은 변호사가 상당수 속해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선도적인 변호사(Leading Lawyer)로 선정된 차태진 변호사(연수원 28기·사진)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장고 끝에 부동산 자문 선택 "만족도 높다"

차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율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율촌이 합동법률사무소에 법무법인으로 새 시작을 알린 지 5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로 인해 율촌 내에는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마련돼있기 보다 자문과 송무 정도로만 업무가 구분된 상태였다.

그가 택한 업무영역은 자문이었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영향으로 부실채권(NPL)이 시장에 쏟아졌던 시기다. 론스타를 비롯해 메릴린치, JP모건, 리먼 브라더스 등 외국계 자본이 국내의 저평가된 NPL을 쓸어 담던 때이기도 했다.

시대적인 영향 아래 차 변호사는 주니어 시절 NPL 투자나 NPL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 거래를 주로 맡았다. KB국민은행이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을 인수합병(M&A)할 때나 STX팬오션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법률자문을 제공한 적도 있다.

그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에 유학을 갔을 무렵이다. 유학 이후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드 해밀턴 엘엘피 홍콩지사에서 6개월여간 파견근무를 간 상황에서도 고민을 이어갔다. 장고 끝에 그가 선택한 전문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차 변호사는 "유학과 해외 파견근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민 끝에 그동안 수행했던 금융이나 M&A 자문에서의 백그라운드를 토대로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율촌 내 자문파트에서도 조세와 공정거래, 지식재산권(IP) 등 업무의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었다"며 "한봉희 변호사(연수원 16기)와 같이 기존에 길을 갈고 닦으셨던 선배 변호사분들이 계셨다는 점도 부동산이라는 전문 영역을 선택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차 변호사는 당시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운이 좋게도 시장에서 만난 클라이언트들이 대부분 합리적이신 분들이었다"며 "국내에 땅과 건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딜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안정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인상 깊었던 딜, 그랑서울·롯데쇼핑 상장리츠

차 변호사는 지금까지 담당한 수많은 법률자문 가운데 스스로 역량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딜로 '그랑서울'을 꼽았다. 거래는 GS건설의 계열사이자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지엘피에프브이원이 그랑서울의 개발을 맡는 동시에 코람코자산신탁이 자산을 선매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을 대리해 리츠인 코크렙청진18호와 코크렙청진19호에 그랑서울을 담는 과정을 함께 진행했다. 당시 선매수라는 거래 방식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계약금을 투자하는 단계와 건물이 완공됐을 단계의 투자자가 서로 달라 난이도도 상당했다.

차 변호사는 "당시 리츠로 투자한 딜 가운데 매각가(1조2368억원)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사례"라며 "정형화된 계약서 형태가 없었던 탓에 어느 수준까지 하자로 인정할지 그리고 하자에 대한 리스크는 어떻게 분담할지 등을 조율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쉬웠던 딜로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롯데쇼핑 상장리츠를 선보이려다 무산됐던 사례를 꼽았다. 롯데쇼핑은 2014년 18개 백화점·마트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리츠에 대한 승인까지 받았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차 변호사는 롯데쇼핑을 대리해 여러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다루는 비히클 구조가 상이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차이를 비교·분석하는 연구과정이 필요했다. 국내보다 까다로웠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의 규정을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상당 부분 공을 들였다.

그는 "오랜 기간 준비했으나 마지막에 가격 이슈로 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국내 기업(STX팬오션)이 처음 싱가포르 증시에 입성할 때 참여한 바 있다. 롯데쇼핑 건을 성공했다면 국내 기업과 부동산으로 싱가포르 상장에 성공한 첫 변호사가 될 수 있던 상황인지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차 변호사는 '고객이 리스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그는 "딜에 리스크가 있다면 철저히 분석해 그 정도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후에는 적절한 보완책을 준비해 고객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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