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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부터 내 꿈은 CSP"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 '작별' 브라질에 '송원 부두' 남긴 CSP제철소 지분 매각 완료…70년 꿈 종지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20 07:30:1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꿈이 현실이 되어 세계에서 제일가는 공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회장님의 꿈'은 특별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룰 능력도, 돈도 있어서다. 회장의 꿈이 곧 기업의 미래전략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동국제강 일가에게는 브라질 CSP제철소가 오랜 꿈이었다. 장경호 창업주와 장상태 명예회장을 거쳐 장세주 회장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3대의 꿈이라고도 불렸다.

장 회장은 CSP제철소 완공을 앞둔 2015년 직접 브라질로 날아가 연와정초식을 열 만큼 애착이 깊었다. 고로 안쪽에 쌓는 내화벽돌이 곧 고로의 안전과 성공의 주춧돌이라고 보고 개최하는 기원행사 격인데 장 회장은 그 벽돌에 친필로 '꿈'이라는 단어가 담긴 염원문을 썼다.

그랬던 동국제강이 이달 CSP 제철소와 길었던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보유지분 전량을 팔고 손을 털었다. CSP 법인설립을 기점으로 16년간, 창업주 시절부터는 70년간 이어진 끈이다. 동국제강은 왜 '회장님의 꿈'과 이별하게 됐을까.

2015년 당시 김진일 포스코 사장과 무릴로 페헤이라 발레 최고경영자(CEO),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엘리오 까브라우 CSP 이사회 의장, 김동호 CSP 건설담당(좌부터)이 연와정초식에 참여한 모습.
◇동국제강, 아르셀로미탈에 CSP 보유지분 전량 매각 완료

동국제강은 이달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 매각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종결일은 이달 9일로 동국제강이 보유한 CSP제철소 590만주(30%)를 8686억원에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로 양도하는 계약이다. 당초 예상 양도가는 8416억원이었지만 가치 재산정 등으로 가격이 약 270억원 커졌다.

매각 대금은 수천억원 수준이지만 실제로 오고가는 돈은 없다. CSP가 약 23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어서다. 포스코와 발레 등 다른 주주들도 지분 모두를 아르셀로미탈에 넘긴다. 매각 대금 전액이 CSP의 신주인수대금으로 납입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지급보증 1조원가량을 해소하게 됐다.

동국제강은 CSP제철소 타당성 검토에 약 100억원을 썼다. 시설투자 등을 위해 2011년 8256억원을 출자했고 2019년 1773억원을 더 투입했다. 오랜 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들었던 부차적인 비용을 빼더라도 투입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매각가는 9000억원에 못미쳤으니 손해를 보고 지분을 넘겼다.

하지만 CSP제철소 매각은 필요했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의 오랜 앓던 이였기 때문이다. 투자금 손실을 봤지만 재무 건전성 확대와 불확실성 해소의 수확을 얻었다. 동국제강은 실적을 깎고 있는 현지 공장과 법인 등을 정리하고 있다. 중국법인의 지분도 중국 강음 지방정부에 90% 매각하고 매각 대금은 차입금 지급 보증 해소에 활용할 방침이다.

지분 양도는 예상됐던 완료 시기보다 두달여 늦어졌다. 본래 지난해 12월 31일 양수가 예정돼 있었는데 브라질 내에서 반독점 문제 등 이의제기를 받는 기간 등이 고려돼 일정이 밀렸다. CSP제철소 매각 건은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결의된 바 있다. 이사회 결의부터 7개월 만에 매각 작업이 종료된 셈이다.

◇'양날의 검' 된 생산량·요동친 헤알화에 손실 확대

브라질 CSP제철소는 2007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11년 착공된 프로젝트다. 가동을 시작한 건 2016년이다. 계획부터 생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른바 '집념의 10년'이라고 불린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2016년 가동된 CSP제철소에서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는 '화입식'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동국제강의 생산량을 수직 상승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2018년 설립 2년 만에 제철소의 최대 생산치인 300만톤(t)에 근접한 철강 반제품 슬래브를 생산해 냈다.

그런데 CSP제철소의 성공 가능성에는 처음부터 물음표가 붙었다. 많은 생산량이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꼽혔다. 착공 당시에도 글로벌 철강 생산량이 과잉 수준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는 후판시장의 안정화를 2010년대 내내 과업으로 칭하기도 했다. 2014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브라질 제철소를 통한 고급강판 생산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못했다.

브라질의 녹록지 않은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헤일화 환율과 브라질 국채금리가 안정되지 않아 동국제강으로서는 늘 환손실의 불안을 감수해야 했다. 손실금액 중 환 리스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은 CSP제철소로 2017년 마이너스(-)5780억원, 2018년 -5436억원, 2019년 -4801억원, 2020년 -6234억원의 손실을 봤다. 5년간 쌓인 당기손실은 -2조1346억원 수준이다. 2021년에는 흑자로 전환됐지만 동국제강은 국내 전기로 제강사업에 집중한다는 결단을 내리고 매각을 추진했다.


◇'송원 부두·슬래브 입고식' CSP에 '진심'이었던 동국제강 3대

우려에도 CSP제철소의 문을 연 이유는 상징성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 기업으로서는 철의 시작점인 용광로가 갖춰진 일관 제철소가 꿈이라는 전언이다. 1965년 전기로를 준공해 국내 최초의 용광로 시대를 연 것도 동국제강이다.

고로 도전은 브라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96년 부산제강소를 경북 포항으로 이전하며 고로사업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베네수엘라와의 협업도 준비했지만 포스코가 승기를 잡아 순서가 밀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스코 등 업계 톱티어와 어깨를 견주게 됐다는 점도 동국제강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을 것으로 점쳐진다. 동국제강이 브라질에 용광로를 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3대 일관 제철소를 갖는 기업이 됐다. 해외 진출로는 포스코 다음으로 두 번째였다.

동국제강이 일관 제철소 꿈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2017년 입고식에서도 드러난다. 브라질에서 출발한 슬래브가 49일만에 당진 후판공장으로 들어오자 기념행사까지 열 만큼 의미를 뒀다. 옥중이던 장 회장이 입고식에 참석하지 못해 동생 장 부회장에게 '섭섭하다'는 말까지 전했다는 일화가 알려져 있다.

고로 건립은 동국제강만의 꿈은 아니었다. 고로가 건설되는 브라질도 꿈에 부풀었다. 브라질 세아리주 뻬셍 산업단지 인근에 '송원 부두'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 브라질에 처음으로 붙은 한국식 지명이다.

송원은 장상태 명예회장의 호다. CSP제철소 건립을 진두지휘한 건 장세주 회장이지만 부친의 호를 붙인 건 고인의 못다이룬 꿈을 브라질 당국이 배려해준 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세아리주 뻬셍 산업단지 인근의 '송원 부두'
완공 이듬해부터 손실을 본 탓에 CSP제철소의 장밋빛 일화는 건립 초기에 쏠려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는 동국제강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더 자주 다뤄졌다. 동국제강은 올해 70년간의 옛 꿈을 끊고 인적분할의 새 꿈을 찾아나선다. 출발점은 5월 열릴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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