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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낸드사업 점검]10조 들인 인텔 사업부 인수, 통하지 않은 노림수①안정적 메모리 사업, 파운드리 발판 마련 꿈…무너진 업황에 부담만 키워

이상원 기자공개 2024-02-02 13:02:49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2021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는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낸드 경쟁력을 확보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려는 SK하이닉스의 염원이 담긴 딜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수 1년여 만에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을 정도로 업황이 침체됐다. 이제는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 약화 주범으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지목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그 현주소와 향후 전망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지 4년여가 흘렀지만 관련 사업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D램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꿨다. 메모리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장차 파운드리 등 신사업까지 넘보겠다는 복안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곧이은 업황 침체로 인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조단위 적자를 기록한 것도 낸드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 지불해야 할 인수 잔금이 2조원 이상 남아 있다. 인수를 기점으로 약화한 SK하이닉스의 재무건전성이 더욱 부진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작 낸드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도 아직이다.

◇인텔 SSD 경쟁력 흡수, 메모리 사업 확대 노렸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20일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가는 약 10조3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 M&A로 불렸던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약 9조4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거래였다. 인수 대상에 인텔의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공장 등이 패키지로 포함되면서 거래액이 커진 경우였다.

인수 당시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글로벌 2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낸드는 5위 수준으로 선두권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해당 거래를 통해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약 80%에 달하는 D램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메모리 수익성 확대를 기반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낸드 분야에는 SSD를 비롯해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eMMC), 범용 플래시저장장치(UFC)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SSD다. SSD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달리 반도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소음과 전력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SSD는 CPU와의 조합이 중요하다. CPU가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SSD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인텔은 CPU 분야 압도적인 세계 1위로 SSD와 CPU 조합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이를 패키지로 판매하며 낸드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PC 수요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기업용 SSD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가장 주된 이유다. AI 기술의 확산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용 SSD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용 SSD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과거 인텔의 기업용 SSD 점유율 흡수하며 두 자릿수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업황 침체에 빗나간 예상, 실적·재무구조 악화 '이중고'

다만 기대 효과는 그걸로 끝이었다. 인수 발표 당시 '5년내 낸드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던 SK하이닉스 측의 공언이 무색한 상황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다운턴'에 들어간 영향이다. 인수 직후 시작된 불황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는 비메모리와 달리 업황의 기복이 심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IT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로 호황을 누렸던 메모리 시장 열기는 엔데믹에 접어들자 빠르게 식어갔다.

특히 지난해 메모리 시장은 극도로 침체에 빠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저조한 실적의 주된 원인은 낸드의 부진이다. 분기 적자를 내기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3년 4분기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사이 낸드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수 직후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갔던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키옥시아에 이은 3위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점유율은 18.5%로 키옥시아와 2.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확실한 2위가 되는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물론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의 결과 평가를 완전히 내리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긴 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는 낸드 시장이 반등을 보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낸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0.7% 증가한 536억달러(약 71조원)가 전망된다.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감산과 온디바이스 AI 확대에 따른 확산 효과가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업턴 사이클에 돌입한다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결과도 '잭팟'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불안한 정세와 경기 위축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내 고객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국 스마트폰, 서버 기업 등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잦은 봉쇄 등으로 중국 경기가 불황에 빠지자 SK하이닉스의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단기적인 재무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초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잔금을 치러야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4.8%, 33.9%를 나타냈다. 2020년말 대비 47.7%포인트, 15.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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