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낸드사업 점검]대규모 인력이탈, 어수선한 중국 다롄공장②현지 기업으로 대거 이직, 장비도입 지연 탓 운영계획 차질
이상원 기자공개 2024-02-05 07:41:00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2021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는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낸드 경쟁력을 확보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려는 SK하이닉스의 염원이 담긴 딜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수 1년여 만에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을 정도로 업황이 침체됐다. 이제는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 약화 주범으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지목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그 현주소와 향후 전망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며 피치 못하게 사들인 중국 다롄공장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력과 운영, 모든 측면에서 난감한 상황이다.'패키지딜'로 중국 공장까지 사들인 이유가 개발자를 흡수하기 위한 조건을 인텔이 내걸었기 때문이었는데 관련 인력의 이탈이 급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증설한 2공장에 신규 장비 도입도 늦어지고 있다. 장비 도입 지연으로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힘든 상황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력들 '각자도생', 추가 이탈 가능성 배제 못해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 우시와 충칭, 다롄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다롄공장은 2020년 인텔에서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함께 양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잔금을 지급하는 2025년 3월 15일까지 실질적인 공장 운영권은 인텔이 보유한다. SK하이닉스는 공장의 재무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관여하고 있다.
낸드를 생산하는 다롄공장에는 생산인력 3000여명을 포함해 총 4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인력 이탈이 이어지며 인력 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모두 5년차 이상 직원들로 이들 대부분은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
당장 SK하이닉스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텔이 공장을 운영하는 동안 이들은 인텔 소속의 직원들이다. 내년 3월부로 SK하이닉스로 소속이 변경된다. SK하이닉스가 잔금도 지급하기 전에 공장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5년차 이하 직원들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 인수 계약 체결 당시 다롄공장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낸드 업황 침체로 인해 퇴직자가 증가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기점으로 본격적인 인력 이탈이 시작됐다. 가뜩이나 다롄공장내 인텔의 개발조직 해체로 불안해하던 직원들에게 인력 감축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내년부터 운영을 앞두고 공장이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인력 구성은 중요하다. 특히 대부분 현지 반도체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뤄지는 장비도입, 공장 정상화 플랜짜기 고심
인력 이탈과 함께 새로운 장비 도입이 지연되고 있어 생산량 확대에 문제를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5월부터 다롄공장내 2공장 증설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텅 비어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3월 공장 운영에 맞춰 양산을 개시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최적화 작업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공장 운영을 1년여 앞두고 SK하이닉스가 장비 반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가동중인 1공장은 노후화 정도를 감안해 일부 장비를 대체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2공장은 대규모 장비 반입이 필요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에는 미·중 분쟁에 따른 중국내 장비 반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를 받아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무기한 유예 조치가 이뤄졌다. 따라서 11월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중 분쟁 확대로 SK하이닉스의 중국내 사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장비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SK하이닉스의 낸드 감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낸드 업황 침체로 SK하이닉스는 D램 개발은 늘리는 대신 낸드에 대한 설비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침묵에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다롄공장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SK하이닉스의 어려운 상황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당시 SK하이닉스는 반독점 심사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향후 5년간 SSD 제품 생산량 증가를 비롯한 6가지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중 분쟁으로 중국내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입자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다롄공장 운영과 투자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공장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SK하이닉스가 중국 정부와 불편해질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도 운영 방안을 놓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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