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바이오는 속도조절? SK바이오팜의 신약은 다르다 경영전략회의서 최태원 회장 강조한 AI, 신약·생산 구획화 과정서 메인기지 낙점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03 09:14:52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2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간의 관심을 모은 '뉴 SK' 밑그림 속에 바이오는 어떤 전략일까.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인공지능(AI) 분야는 강화하고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바이오와 수소, 친환경 사업 등은 속도조절에 나선다. 언뜻 보면 바이오 영역에서 힘을 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하지만 SK그룹 입장에서 바이오 사업, 특히 신약개발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긴호흡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30년간 연구개발(R&D) 투자 성과가 이제 막 결실을 맺고 있어서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중복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과정은 거칠지라도 신약개발에 있어선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 의지는 그룹 신약개발 전진기지인 SK바이오팜의 최근 행보를 통해서도 짐작된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서 선택과 집중 대상으로 낙점한 AI 기술을 바이오 쪽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태원 회장의 바이오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바이오 사업간 교통정리도 가늠해볼 수 있다.
◇'돈 버는 사업 집중' 경영전략회의서 속도조절 대상 된 바이오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최태원 회장, 최창원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 등이 참석한 이번 회의 결론은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면서 아마존과 인텔 등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협업을 모색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회의에서 "미국에선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라며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그룹의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관심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AI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바이오와 수소, 친환경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 경영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축소, 주요 자산 매각 등 속도 조절에 나서는 수순으로 이해된다. 지금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한 분야지만 아직 수익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분야다. 먼 미래보다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표면상으론 SK그룹이 바이오 영역에서 힘을 빼겠단 의미로 읽힌다. 실제 얼마 전 시장에서 SK㈜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미국 버지니아 생산 시설을 매각한다는 얘기부터 통매각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회자됐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SK팜테코를 활용한 다양한 활용방안은 검토중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리밸런싱 대상으로의 활용법을 보고 있는 셈이다.
◇긴 호흡 필요한 신약, 이제 결실 빛…계열사간 교통정리 시각도
시장에서는 SK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축소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및 선택과 집중 전략을 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SK그룹에 있어 바이오 사업 특히 신약개발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그룹 신약개발 전진기지인 SK㈜ 계열 SK바이오팜은 이제 막 R&D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다. SK그룹이 'P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의약사업에 진출한 건 1993년, 30여년이 지난 이제서야 SK바이오팜이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한 승계전략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이 올 초 임원 승진한데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쏟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한 신약개발 의지 그리고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필요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CDMO 등 다른 관련 사업 분야에서 중복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룹 내 다수 계열사 간 사업 영역 중복이 문제로 떠오르며 리밸런싱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SK팜테코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CGT CDMO 전략이 겹친다.
그룹에서 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건 SK바이오팜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SK바이오팜이 배제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SK바이오팜이 AI 및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TF장을 외부서 영입한 건 주목할 만하다.
카이스트와 미국 에모리대학교 출신 AI 전문가 신봉근 박사를 TF장으로 최근 영입했다. 신 박사는 SK바이오팜의 종합 AI 로드맵을 구축하고 AI 기반 신약개발 등을 이끌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거듭 강조한 AI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의 바이오와 최창원 의장의 바이오 사업간 구획이 명확하게 나뉘는 과정으로도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독일 CGT CDMO 기업 인수를 발표하면서 그룹 내 해당 사업의 메인기지로 부상했다.
바이오 사업을 크게 신약개발과 생산으로 나눠볼 때 신약은 최태원 회장의 SK바이오팜이, CDMO는 최창원 의장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담당하는 수순으로 구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경영전략회의와 무관하게 SK바이오팜은 오래 전부터 AI 신약개발과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면서도 "SK바이오팜은 이제 사업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그룹 리밸런싱으로 인해 사업 전략에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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