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 머니게임의 덫]사놓고 방치한 자본잠식 '티메파크'…구영배 덮쳤다③인수 후 자본확충 등 재무적 지원 '제로', 플랫폼 간 시너지 창출 실패
서지민 기자공개 2024-07-30 07:47:59
[편집자주]
이커머스 1세대 대표 인물로 꼽히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큐텐 그룹의 미래 청사진만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와 무리하게 M&A를 추진했던 것이 결국 탈이 났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구영배 대표의 외형 확장 전략을 톺아보고 큐텐 연합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몬과 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의 무리한 M&A 전략이 지목됐다. 오직 ‘몸집 키우기‘를 위해 자본잠식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자금난을 초래했고 인수 후 시너지 제고 작업을 소홀히 해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최우선 목표 '시장 점유율' 확보…싼 값에 자본잠식 기업 골라 인수
구 회장은 지마켓 매각 후 싱가포르에서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을 설립했고 2021년 한국 복귀를 선언하며 지마켓 성공신화를 다시 한 번 재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확고한 선두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SSG닷컴, 11번가 등 중위권 업체 사이 경쟁도 치열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던 구 대표가 꺼내든 카드는 M&A였다. 큐텐은 2022년 9월 티몬, 2023년 초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큐텐은 통합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며 단숨에 업계 4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문제는 외형 확장에 집중한 나머지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을 잇달아 품에 안는 전략을 펼쳤다는 점이다. 당시 큐텐은 적자경영이 지속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상태로 알려졌다.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몸값이 싼 자본잠식 상태의 매물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은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86억원인 완전자본잠식 기업이었다. 보통주자본금과 주식발행초과금을 합친 순자본이 4350억원 수준인 반면 지속된 적자로 누적된 결손금이 1조2644억원에 달했다.
위메프는 2022년에만 5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2021년 6077억원에서 6624억원으로 증가했다. 큐텐에 인수되기 약 3개월 전인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1471억원이었다.
◇자본잠식 해소 위한 유상증자 없었다…방치 속 실적 악화세 가팔라져
‘티메파크’는 큐텐의 품에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모회사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자본 확충이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는 인수 후 단 한번도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간 합병으로 시너지를 내거나 모회사 큐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뚜렷한 성장 전략이나 경영 효율화 방안을 수립하지 않은 채 영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실적은 더욱 가파르게 악화됐다. 위메프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385억원으로 전년대비 27.9% 감소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557억원에서 1025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2023년 말 기준 자본금과 결손금이 각각 50억원, 138억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티몬은 아직 2023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외감법 상 공시 의무가 있지만 통상 3월에서 4월 개최하는 주주총회를 아직도 열지 않으면서 감사보고서를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매년 4월에 이뤄졌던 공시 일정이 미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회사들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모회사의 지원여력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시장 점유율에만 초점을 맞추고 각 자회사들을 사실상 방치한 결과 전사적인 유동성 부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2022년부터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듯 했으나 실질적으로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라며 "경쟁력 강화보다 마케팅비 감축 등 긴축 경영에만 집중하면서 오히려 플랫폼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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