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에스앤디 공개매수 '넥스트']유안타가 쏘아올린 주주제안, 저평가 탈출 '밑거름'현금곳간 600억 활용, 350억 주식 소각…연초대비 주가 100% 상승

이우찬 기자공개 2024-08-07 08:55:49

[편집자주]

에스앤디는 전 세계를 홀린 K-푸드 '불닭면'의 핵심 소스를 개발한 곳이다. '불닭면'의 글로벌 인지도와 달리 회사 주가는 오랫동안 부진했다. 지친 투자자들이 급기야 공개매수 제안을 내걸었고 에스앤디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개매수를 전후로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더벨이 에스앤디 공개매수 스토리를 들어보고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2: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당일 보통 주가는 기대감에 오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날 하필 나스닥이 폭락하면서 운이 없었습니다. 시가총액 1000억원이 안 되면 자산운용사도 투자를 꺼리게 돼 시장에서 소외되기 십상입니다."

정영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대표는 에스앤디의 코스닥 상장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2대 주주였던 유안타세컨더리 2호펀드(이하 유안타)가 엑시트하는데 3년이 걸렸다.

유안타가 지난 3월 내민 경영권 참여와 공개매수 주주제안 카드에 에스앤디가 반응하며 주가는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그동안 주주 의견을 듣기만 했던 에스앤디도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에스앤디는 2021년 9월 29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했다. 상장일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프리미엄을 누리기는커녕 하락 마감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2만8000원보다 하락한 2만5200원으로 시작해 종가 2만17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총은 880억원.

같은 날 나스닥이 금리 인상 공포감에 3%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6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이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이전상장 이후 에스앤디의 지난 3년간 주가는 복지부동했다. 시총은 한때 500억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현금성자산만 6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매년 외형성장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하는 우량기업임에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었던 셈이다.

유안타가 손 놓고 기다린 것은 아니다. 주식분할이나 신사업 확장을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수차례 제시했다. 최대주주인 여경목 에스앤디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주주의견을 경청하긴 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교수출신 창업가인 여 대표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유지됐다.


펀드 청산을 앞두고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유안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권 참여를 통한 주주제안을 추진했다. 법리 검토를 동반했다. 정 대표는 "펀드 LP의 경우 주주제안 행동이 경영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며 "장기간 치밀한 논의를 거쳐 올 초 주주제안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에스앤디는 경영권 참여 공시를 확인한 뒤 대응을 시작했다. IR 담당자는 당시 더벨에 "실적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않아 유안타 쪽에서 행동에 나선 건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주 행동이 본격화되자 여 대표와 오너2세 여상완 부사장, 서동만 전무(CFO) 등 주요 경영진은 유안타와 협상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도 에스앤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밸류업 핵심은 상장사가 PBR(순자산비율) 등을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에스앤디의 지난 2년간 PBR은 0.8배에 불과했다.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며 저평가 기업 꼬리표가 달렸다. 에스앤디는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주주 공동 이익 추구와 본질가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에스앤디 정기 주주총회 결과, 자사주 취득을 통한 공개매수 주주제안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공개매수 주식 수는 116만6666주였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앤디 발행 주식 수는 405만9420주였다.

유안타가 제시했던 공개매수 가격은 1주당 3만원이었다. 코스닥 이전 상장 당시 공모가 밴드(3만~3만2000원) 하단 수준이었다. 시장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개매수 가격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공개매수는 지난 3월25일부터 4월15일까지 진행됐다. 응모 주식수는 예정 물량을 상회하는 148만2098주였다.

유안타는 2대주주로 지분 53만7000주(13.23%)를 쥐고 있었는데 공개매수에 참여해 42만2711주를 팔았다. 아직 지분 2.82%에 해당하는 11만4829주를 쥐고 있다.

에스앤디는 116만6666주를 주당 3만원에 매수하는데 350억원의 현금을 투입했다. 재원 마련에 어려움은 없었다. 올해 3월 말 별도 기준 현금 463억원, 단기금융상품 155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금성자산만 618억원이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도 350억원의 자사주를 일거에 소각시킨 동력이다. 매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100억원 가량이 유입되고 있었다. 2021년 93억원, 2022년 83억원, 지난해 12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에비타(EBITDA)는 최근 3년(2021~2023) 107억원, 125억원, 146억원이었다.

에스앤디는 공개매수 즉시 자사주 전량을 소각했다. 발행주식 총수는 289만2754주로 감소했다. 소각으로 발행주식수가 감소하고 이는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이어졌다. EPS 상승은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유안타의 주주제안을 전후로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투자 목적 변경 공시일인 2월6일 종가는 1만7360원이었다. 1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 주주제안을 담은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가 있었던 3월5일 다음 날 상한가를 달성하며 2만3200원을 기록했다.

공개매수가 시작된 3월25일 종가는 2만8200원이었다. 3월 월간거래량은 428만9686주였다. 4월 이후에도 주가 상승은 이어졌다. 주가는 3만원을 돌파한데 이어 6월 4만원을 넘어 5만원 고지를 밟았다. 6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6만300원)는 연초 대비 230% 오른 가격이다. 1월 700억원대에서 머물던 시가총액도 지난달 1100억원대로 올라섰다.

시장 관계자는 "에스앤디는 주주제안 수용과 주가 상승으로 저평가주라는 옥에 티를 지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