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desk]구영배가 그린 미래와 현실

이윤정 산업3부장공개 2024-08-05 07:40:55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우리도 투자 피해가 꽤 되지만 워낙 일반 개인들의 피해가 커서 이야기할 수도 없어요."

큐텐그룹에 투자한 한 사모펀드 관계자가 털어 놓은 이야기다.

이 투자사는 큐텐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주주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고 구영배 대표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 및 투자 업계에서 구영배 대표는 공개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커머스 성공 신화를 쓴 주역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인터파크의 창립 멤버이자 G마켓을 세운 인물인 구 대표는 2006년 G마켓을 국내 이커머스 회사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2009년에는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했다. 매각 당시 구 대표는 이베이와 국내에서 겸업 금지 조항을 맺었다. 일정 기간 국내에서는 이머커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구 대표가 싱가포르에 큐텐의 기반을 둔 배경이기도 하다.

겸업 금지 기간이 풀리자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진출에 나섰다.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하자 구 대표가 그리는 사업에 대한 투자 및 유통 업계 기대는 컸다. 대규모 자금 거래 없이 지분 교환 방식으로 M&A가 성사될 수 있던 것도 구 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상황 파악에 분주한 사모펀드들이 구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 하면서도 구 대표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던 것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대표의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 출석 가능성이 전해지자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구 대표가 참석할 것 같냐고 반문하며 구 대표의 동향이 포착되면 꼭 알려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7월 30일 2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구 대표를 비롯해 티몬 대표, 위메프 대표가 국회에 등장했다.

사태 초래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구대표가 국내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인물이었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냉철한 대책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첫 모습에 와르르 무너졌다. 국민들께 사과하라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요구에 그는 우왕좌왕하며 제대로된 인사 조차하지 못했다.

질문에 동문서답 하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 큐텐그룹 전체 자산, 자금 규모 등 기본적인 질문에도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회 방송을 통해 구 대표 모습을 본 투자사 관계자는 "예전에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결국 고꾸라진 옐로모바일의 또 다른 버전 같다"며 "큐텐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린 미래와 현실 사이에서 아직 꿈을 꾸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한 개인의 무모함, 무지, 허상으로 초래된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유통, 생활 경제 전반에 대한 위축과 불신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결제 상황, 유동성 부분이 괜찮냐는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현재 국내 이머커스 회사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회사 원칙에 맞게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티몬과 같은 사태는 사실 정상적인 국내 이커머스 회사에서는 발생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최근 여행 및 유통 업계가 코로나19라는 긴 어두운 터널을 이제 막 나와 정상화 과정을 조금씩 밟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어 안타깝다. 구 대표의 나비효과가 크지 않기를 희망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윤정 산업3부장의 다른 기사 보기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