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부재, AI 길 찾는 카카오]디테일에서 갈렸던 성과, 늦어도 너무 늦었다①2017년부터 개발, 흐름 맞췄지만 글로벌 트렌드와 다른 방향
노윤주 기자공개 2024-08-08 07:32:51
[편집자주]
카카오가 AI 전환을 위해 전사 역량을 쏟고 있는 와중에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AI 전환은 김 위원장이 진두지휘하던 핵심 전략이다. AI 개발 속도를 더 이상 늦추는 건 위험하다. 글로벌 테크기업들과 비교해 AI 경쟁력은 이미 열위다. 카카오에겐 선택지가 없다. '카카오식 AI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해 세간의 평을 반전시켜야 한다. 최악의 위기 속 카카오가 들고 있는 비장의 AI 카드는 무엇일지 관련 전략 전반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구속으로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업 전환이 시급한 시점에 발생한 악재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올해부터 회사 핵심 먹거리로 AI를 선택하고 대전환을 준비 중이었는데 구심점이 돼줘야 할 김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이미 AI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그간 카카오는 국내 IT 기업 선두주자임에도 AI 분야에서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사업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서둘러 AI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면 '혁신적 기업' 카카오가 '구식'으로 전락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김 위원장의 공백을 누가 얼마나 잘 메울 것이냐가 관건이다.
◇AI 자회사 만들고 LLM 개발 나섰지만 '역부족'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성사됐다. 결과는 4대1, AI의 승리였다. SF영화에서만 보던 인간을 이기는 AI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이 대결을 계기로 온 세상이 AI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AI 조직을 만든건 다음해인 2017년이다. 카카오 역시 테크기업으로서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같은해 1월 AI 태스크포스(TF)인 'A TF'를 꾸렸다. 과거에도 맞춤형 AI 뉴스를 추천해주는 루빅스 TF 등이 존재했으나 이처럼 전사 규모는 아니였다.
TF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시조직을 벗어나 'AI 부문'으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자본금 200억원, 카카오 100% 출자로 AI 연구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설립됐다. 김범수 위원장이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
카카오 설립 후 김 위원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은 건 본사와 자회사를 통틀어 카카오브레인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사회공헌 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를 통해서도 AI 지원을 계속해온 만큼 AI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AI라는 큰 흐름은 맞췄지만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카카오가 음성인식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오픈AI는 채팅 기반의 '챗GPT'를 공개하며 패러다임을 바꿨다.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했던 '트랜스포머' 논문을 참고해 만든 파운데이션 모델이 구글을 앞질렀다.
카카오브레인도 2021년 말부터 오픈AI의 'GPT-3'를 기반으로 한국어 언어모델 'KoGPT'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픈AI, 엔트로픽 등 조단위로 LLM 개발에 투자금을 쏟아붓는 해외 기업들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개발을 알린 프로그램의 '무소식'이다. 작년 3분기에 나오기로 했던 KoGPT2.0의 출시는 예상보다 1년이나 지연됐을뿐 아니라 그 기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창업자 부재, 개발 지연, 뒤쳐진 혁신 '3중고'
이런 가운데 발생한 김 위원장의 구속 수감은 카카오가 절치부심하며 진행해 온 AI 전략 대변화에 찬물까지 끼얹은 모양이 됐다.
카카오는 KoGPT와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는 일반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해둔 상태다. 올해는 카카오브레인 서비스와 인력 일체를 본사가 흡수하면서 재편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업계서는 카카오 AI 서비스 출시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I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만들었던 것도 김 위원장의 의지였고 최근에도 그의 주도로 AI 사업 재편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내 예고했던 AI 서비스 출시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기존에 카카오브레인이 운영하던 칼로와 AI 프로필 등을 중단하면서까지 신규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던 중이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한 타격이 뼈 아프다.
IT 업계서는 카카오가 창업자 구속에 발이 묶여 AI 서비스 출시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글로벌 기준으로 국내 테크 기업들의 AI 전환은 매우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늦어지면 영원히 도태될 위기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의 행보는 국내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만 가지고 한국 IT 시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AI 부진이 지속된다면 국내 테크 스타트업과 해외 AI 기업간 협업 기회까지 차단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국내 IT 기업을 대표하는 카카오에서 이렇다 할 AI 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아 국내외에서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창업자 구속 등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더는 AI 서비스 출시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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