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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원·직접투자' 현대차, VC 협업 나선 배경은 정호근 부사장 영입후 기조 변화, 모빌리티 스타트업 기대감…"태핑·역제안 접수 단계"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07 15:00:19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벤처캐피탈(VC)과 함께 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VC업계에선 그간 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과 직접투자 등으로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현대차가 VC와 본격적인 협업에 나서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6일 VC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대형 VC를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고 일부 운용사에 정보제공요청서(Request For Information·RFI)를 전달하는 등 VC와 협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과의 공동운용(Co-GP)을 전제로 진행됐지만 현대차그룹이 VC와 협업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제안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VC별로 어느정도의 역량과 포트폴리오를 가졌는지 알아보는 수준으로 미팅이 진행됐다"며 "신기술금융사업회사나 벤처투자회사, LLC(유한책임회사)형 VC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태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Co-GP 형태를 특정했다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VC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기존과 다른 비히클을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제로원을 통해 초기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해왔다. 다만 초기투자에 집중됐고 투자 규모가 크진 않았다.

10억원 이상의 투자는 대개 현대차나 기아 등 그룹 핵심법인의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이뤄졌다.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았는데, 포티투닷이나 부릉 등 국내 기업도 포함됐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벤처투자 목적의 출자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지난 2021년 한국성장금융투자가 조성한 미래차 투자펀드에 그룹사가 3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다만 일선의 VC와 Co-GP 펀드를 결성하는 등 본격적인 협업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벤처투자를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바라본다. 크게는 티켓사이즈 100억원 이상의 딜에 과감히 참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정이다. 성장단계의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미래 협력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

기존의 투자 방식을 벗어나 대형 VC와의 협업 방안 모색에 나서는 등 변화를 추구하는 건 최근의 인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VC업계에선 올해 초 현대차에 부임한 정호근 오픈이노베이션추진 담당 부사장이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한 방법론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1967년생인 정 부사장은 미국 뉴욕 콜럼비아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등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수천억원 규모를 출자해 모빌리티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면 결성되는 자펀드 규모는 최대 조단위에 이를 수 있다”며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의 생태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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