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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분리막 강자' 명성 이어줄 WCP의 기술 승부수⑨수익성 극대화 이끈 신공정, 국내 7라인·헝가리 라인 등으로 확대 적용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14 07: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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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버튼이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암초를 만났다. 2023년 들어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향했다.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지연되거나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 부진일까 아닐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K-배터리는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더벨은 전기차 '캐즘' 속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국내 배터리용 분리막 제조사 WCP는 강소기업으로 손꼽힌다. 연매출은 업계 선두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률은 3배나 높다.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했고 작년엔 15.2%를 기록했다. 배터리 분야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 양극재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연 8~9%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숫자다.

근간에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제조 기술이 있다. WCP는 분리막 생산 폭을 4m에서 5.5m로 키워 분리막 생산 속도를 높였다. 경쟁사의 설비(2.7~4.2m) 대비 단위 시간당 2~3배 많은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분리막 사업의 경우 원단 생산 부문과 코팅 부문으로 나뉘는데 WCP는 코팅 공정에서 양면을 동시에 코팅 기술도 적용해 단면 코팅 공정 대비 생산성을 약 2배 높였다. WCP는 이를 광폭 설비라고 부른다. 분리막은 고정비 비중이 80%에 달해 유효한 면적을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 WCP의 원단·코팅 신공정은 WCP가 중국 분리막 경쟁사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성이 높다고 투자업계는 분석한다.

그러나 WCP도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수년간 두 자릿수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올 상반기에 1%까지 떨어졌다. 경쟁사와 달리 흑자는 유지해 강소기업으로서의 체면은 세웠다.

이는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의 실적 저하와 연관이 있다. WCP의 삼성SDI 매출 의존도는 약 70% 이상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중대형전지 부문은 올해 매출이 11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출하량 부진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 헝가리 신규 설비 투자 등도 수익성 둔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WCP는 중동 갈등이 심화한 작년 말부터 수에즈 운하 통항이 막혀 물류비가 기존보다 70%가량 늘었다.


헝가리 공장은 니레지하저시에 건설되는 신규 분리막 설비로 2022년 10월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면 준공된다. 총 7억 유로(약 953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로, 건설이 마무리되면 WCP는 연간 생산능력 23억㎡ 규모의 설비를 보유하게 된다.

실적 둔화에 대한 WCP의 단기 전략은 투자 속도 조절과 신공정 도입 확대다. WCP는 최근 증설을 완료한 충주공장 분리막 7·8라인에 광폭 공정과 양면 코팅 공정을 모두 적용했다. 우선 분리막 수요를 고려해 7라인만 먼저 가동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1분기에 가동을 시작하는 헝가리 공장의 경우 총 8개 생산라인에 신공법을 적용하려고 했으나 투자비와 출하량 등을 고려해 그중 절반인 4개 라인에만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WCP는 헝가리 공장을 통해 수에즈 운하 변수 같은 물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는 해외 전진 기지 역할도 한다. WCP는 최근 신규 원통형 배터리 분리막 공급을 위해 여러 고객사와 샘플 테스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고객사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분리막 업체가 배터리 기업에 제품을 검증받는 과정이다. 테스트를 마치면 해당 프로젝트 스펙에 맞춰 양산 라인 검증이 진행된다. 최종 공급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북미 지역에 생산공장을 신설해 가동하는 시기는 2028년 3분기로 정했다. 분리막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돼 2029년까지 100% 비중으로 현지에서 생산돼야 해당 분리막이 들어간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부 규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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