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신한은행장, 사라지는 공식들②내부 출신·60세 이하 공통점…'영업통·계열사 대표' 공식은 사라져
조은아 기자공개 2024-08-26 12:27:47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7: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지금의 외형을 갖춘 건 조흥은행과 합병한 2006년부터다. 2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간 은행장은 모두 8명이 나왔다. 통합 KB국민은행이 5년 이른 2001년 출범했는데 7명의 은행장이 나왔다는 점을 볼 때 상대적으로 장수 은행장이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한때 신한은행장이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몇 있었다. 영업통, 부행장을 거쳐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내고 은행으로 '금의환향'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이런 경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층 중요해진 은행장 자리
신한금융의 조용병 전 회장과 진옥동 회장은 회장 선임 직전까지 은행장을 지냈다. KB금융지주에서 은행장 경험이 없는 회장이 나온 것과 달리 최근 10년 사이 신한금융에선 이런 기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누가 은행장에 오르는지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2006년 이후 신한은행장들을 살펴보면 다소 보수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신상훈 전 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58~60세 사이에 행장으로 선임됐다. 나이가 많거나 혹은 적은 파격 인사를 찾을 수 없다. 출신학교를 살펴보면 8명 중 3명이 고려대, 2명이 성균관대를 나왔다. 그렇다고 학벌을 중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졸 출신으로 행장에 오른 인물만 2명이다.
모두 내부 출신이라는 점 역시 뚜렷한 특징이다. 초창기 인물들은 다른 은행에서 근무하다 신한은행 출범과 동시에 이동했다. 신상훈 전 행장은 한국산업은행에 입행했지만 1982년 신한은행이 출범하자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백순 전 행장 역시 마찬가지로 신한은행 창립멤버다. 서진원 전 행장 역시 다른 은행에서 재직하다 1983년 신한은행으로 이동했다.
조용병 전 회장, 위성호 전 행장, 한용구 전 행장, 정상혁 현 행장까지 모두 신한은행에서 사회생활 첫발을 뗐다. 예외는 진옥동 회장 단 1명이다. 다만 그 역시 첫 직장 입사 6년 만에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창기, 영업통 강세
신상훈 전 행장은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꾭혔다. 저녁에 거래처 약속을 두 군데 이상 잡을 만큼 영업을 중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백순 전 행장 역시 왕성한 대외 활동을 자랑했다. 그는 테헤란로 기업금융지점장 시절 전국 영업점 업적평가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경험도 있다.
신한은행에서 영업을 중시하는 이유는 탄생 배경과 관련이 있다. 1982년 후발부자로 출발한 만큼 '발로 뛰는 영업'은 기존 대형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조건이었다. 실제로 3륜 전동차(리테일카트)를 끌고 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소액권이나 동전을 교환해주는 영업 방법을 처음 선보일 만큼 신한의 영업력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점차 옅어졌다. 서진원 전 행장은 영업뿐만 아니라 인사, 전략 등의 부서를 두루 거쳤다. 분류하자면 전략통에 가깝다. 신한금융 부사장(최고전략책임자·CSO) 시절 그가 성공시킨 LG카드 인수는 신한금융의 체질을 바꾼 역사적인 인수합병(M&A)으로 평가된다.
조용병 전 회장 역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단 '멀티 플레이어'에 가깝다. 영업뿐만 아니라 인사, 기획, 글로벌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위성호 전 행장은 주로 전략이나 기획 부문에 몸담아 그룹 내 대표 전략통으로 꼽혔다. 이같은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이 금융권에 깊숙하게 파고들면서 빠른 변화 속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CFO 출신 은행장도 등장, 연임 여부 주목
진옥동 회장은 대표적 일본통, 한용구 전 행장은 영업통이다. 대체적으로 전임 은행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다. 반면 정상혁 행장은 전임들과 차이점이 상당히 많다.
정 행장은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 첫 신한은행장이다. 그는 은행장 선임 전 신한은행의 경영기획그룹장을 지냈다. 신한은행의 경영기획그룹장은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SO를 겸하는 자리다. 신한은행에서 CFO가 요직이지만 은행장 등용문이란 공식은 없었다. 역대 행장 가운데 CFO를 경험한 인물은 없었다.
한때 은행장이 되려면 부행장을 거쳐 다른 계열사 대표를 지내야 한다는 공식 역시 있었지만 이 공식마저 사라졌다. 서진원 전 행장은 신한생명, 조용병 전 회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위성호 전 행장은 신한카드 대표를 각각 지냈다. 진옥동 회장부터는 이런 관행이 없어졌다. 그는 은행장 직전엔 신한금융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그간 연임한 은행장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원래 3년이었으나 조용병 전 회장 때부터 2년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연임할 필요가 없었고 위성호 전 행장은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진옥동 회장 정도만 한 차례 연임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정상혁 행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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