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활용 스토리]네이버 왓패드 인수 사례, 자사주가 품은 '성장성'의 힘[M&A]②취득원가 353억원 자사주, 5배로 증가…현금유출 절감효과 '톡톡'
김현정 기자공개 2024-09-02 08:08:59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자사주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임직원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기업 M&A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 확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THE CFO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어떤 형태로 동원될 수 있는지 활용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08: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는 해당 기업 및 오너의 의지에 따라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지만 ‘기업 인수용’만큼은 다르다. 거래 상대방의 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각주체가 매각대가로 확실한 현금 대신 받고자 하는 주식이려면 추후 성장성이 굉장히 높은 확률로 담보돼야 한다.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전에서 지급된 네이버 주식이 그랬다.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현금과 더불어 자사주로 사들임으로써 현금유출을 최소화했다. 당시 네이버의 자사주는 수년 전부터 축적된 것으로서 재테크 구실도 톡톡히 했다. 취득가액 353억원어치의 자사주가 1769억원 가치로 불어남에 따라 네이버 측에서는 여러모로 인수대금을 아낄 수 있었다.
네이버는 2021년 1월 캐나다의 왓패드 인수를 발표했다. 웹툰(네이버웹툰)과 웹소설 1위 플랫폼을 한 손에 넣게 되면서 세계적인 거대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왓패드는 당시 기준 9400만명의 유저를 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이름을 떨친 만큼 인수가액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틱톡의 바이트댄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 공룡들도 왓패드 인수에 문을 두드렸다. 줄다리기 끝에 최종 낙찰자는 네이버로, 인수가액은 6억달러로 결정됐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 딜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왓패드 주주들에게 6500억원가량의 현금을 통째로 받는 1안과 현금 5079억원과 네이버 자사주 1769억원어치를 합해 6848억원을 받는 2안 등 2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매각주체들은 자사주를 함께 받는 안을 선택했다. 네이버 주식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선택이었다.
네이버는 인수대금의 약 26%를 주식을 지급하면서 현금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주는 2010년부터 차곡차곡 모은 것으로 취득원가가 낮았다. 10년 간 모은 자기주식의 평균 취득가는 1주당 7만2288원이었다. 당시 네이버 주가는 36만2000원가량. 매입하는 데 353억원을 투입한 48만8757주의 자사주는 어느덧 1769억원으로 불어나 그 몫을 톡톡히 해냈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 후 자기주식처분이익 1127억원을 남길 수 있었다.
해당 시기 네이버는 자사주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했다. 2020년 10월엔 자사주 209만4240주를 갖고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했다. CJ대한통운 3000억원, CJ ENM 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1500억원 등으로 자사주를 통해 든든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1년 3월에는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네이버 자사주 총 64만8510주를 교환했다. 같은 해 8월엔 카페24와 1300억원 규모의 상호지분교환을 완료했고 카페24의 2대주주에 올랐다.
네이버의 자사주 활용이 활발했던 시기는 네이버 주가가 굉장히 높았던 때였다. 당시 시장에선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 지분을 활용한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으로 네이버 주가가 더 오른다고 판단했다면 자기주식보다 현금을 주고 상대 지분을 사왔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실제 네이버 주가는 2022년 들어 내리막 길을 걸었다. 현재 네이버 주가는 16만5000원대 정도로 3년 전 대비 62%가량 하락한 상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서진시스템, 3년간 당기순이익 10% 이상 자사주 매입·소각
- [i-point]하이케어넷, 미국 원격 모니터링 사업 순항
- [i-point]대동기어, '1조2400억' 전동화 차량 핵심부품 수주
- 윈스의 '밸류다운'
- [K-로보틱스 리빌딩 전략]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 축소 '성장통'
- [i-point]노을, 기술특례상장기업 최초로 밸류업 프로그램 참가
- 뉴진스,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법정공방 서막 오르나
- [공연 티켓 파워]3분기 뮤지컬 흥행작, SNS의 힘 빛났다
- [공연 티켓 파워]뮤지컬, '가격 주도 호황' 지속 가능할까
- 동국제강 4세 장선익, '구매 총책임' 역할 확대
김현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OCI의 CFO]김원현 OCI 사장, 신규투자 조달 전문가
- [OCI의 CFO]고 이수영 회장이 중용한 이수미 OCI홀딩스 부사장
- 엠로, 몸통 흔들던 꼬리…CB·BW 파생평가손익 해소
- [유동성 풍향계]1.15조 SKB 지분 매입 'SKT', 현금창출력 '자신감'
- [백기사의 법칙]국책은행이 백기사, 한진칼에 잔존하는 잠재리스크
- 금융지주사 밸류업과 '적정의 가치'
- [백기사의 법칙]1,2위사 경영권 분쟁 '진정한 승자'였던 넷마블
- [2024 이사회 평가]대한해운, CEO가 틀어 쥔 사외이사…독립성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사업형 지주사 '동원산업', 이사회 개선은 현재진행형
- [2024 이사회 평가]대상, 이사회 성실한 참여…평가 시스템 '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