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은 지금]이마트 지분율 확대, 공정거래법 제재 대상 '나비효과'그룹 공사 확보 걸림돌 '일감 몰아주기', 외부 매출 키우기 과제
이재빈 기자공개 2024-09-19 07:28:04
[편집자주]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시공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팽배했던 지난해 말에는 요주의 건설사로 꼽혔고 대규모 적자로 인해 그룹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올들어 허병훈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자체적인 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실적 반등도 기대하고 있다. 더벨은 신세계건설의 재무적·사업적 상황을 점검하고 정상화를 위해 남은 과제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 합병으로 주주인 이마트의 지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4조원이 넘는 투자가 계획돼 있는 스타필드를 비롯해 그룹의 건설공사 발주 대부분을 두고 다른 건설사들과 경쟁해야 한다.그간 시장에서 경쟁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신세계건설에는 쉽지 않은 과제다. 신세계건설은 그룹 건설공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발생한 매출 중 절반은 그룹사로부터 창출됐다. 주택사업 실패로 인해 재무적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포트폴리오 확대와 매출 증가를 통한 내부거래 비중 축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주주 지분율 70.46%로 늘어, 수의계약 체결하면 규제 대상 될 수도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추진된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은 예기치 못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신세계건설에 대한 이마트의 지분율이 확대됨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기재돼 있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항목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오너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가 지분율 50% 이상인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규제한다. 거래총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매출액의 12% 이상이 그룹 계열사 일감인 경우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권고하거나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기존에는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8.56%,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10%에 대항하는 이마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모회사 지분율 조건에는 해당됐다. 하지만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건설 지분이 42.7%에 그쳐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지분율 50% 이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신세계건설이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게 되면서 지분율에 변동이 발생했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지분 100%를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병 후 신세계건설에 대한 이마트의 지분율이 70.46%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그룹이 신세계건설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줄 경우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최근 수주한 스타필드 청라 공사계약도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6월 8227억원 규모 스타필드 청라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했지만 최근 매출액 대비 54.75% 규모에 해당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7년 말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분기당 약 823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공정거래법에 기재돼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조건에 해당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분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거래총액 200억원이나 매출액 비중 12%를 상회한다고 무조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합당한 이유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은 그간 그룹사 공사물량을 별도의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이 됨에 따라 앞으로는 경쟁입찰 등을 통해 일감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발주 물량 대부분이 첨단산업 공장이 아닌 일반 상업시설 조성공사이기 때문에 기밀 보장을 위한 수의계약 체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뼈 아픈 대목이다. 신세계그룹은 2030년까지 스타필드 개발사업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1조3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 외에도 △스타필드 창원(5600억원) △스타필드 동서울(1조1000억원) △스타필드 광주(1조3403억원) 등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스타필드 창원의 경우 이미 경쟁입찰을 통해 본공사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는 무난하게 신세계건설의 일감이 됐지만 다른 사업들의 경우 경쟁사에 일감이 돌아갈 수도 있는 셈이다.
그룹사 건설공사 발주는 신세계건설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수주해야 하는 일감이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도 그룹사 일감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일에서도 그룹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고 그룹사 일감을 꾸준하게 수주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매출 총액 증가가 필요하다.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바탕으로 제재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모수가 되는 매출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반대로 전체 매출이 증가하지 않으면 그룹 공사 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
◇그룹사 일감으로 고속성장, 최근 10년 매출 51.6%는 내부거래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그룹사 일감이 감소할 경우 신세계건설의 실적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이 태생부터 계열사 건설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한 건설사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의 역사는 1991년 설립된 디자인신세계에서 시작됐다. 신세계그룹의 점포계획 및 설계, 시공, 빌딩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된 시점은 1997년이다.
사명을 변경한 신세계건설은 1999년 코스닥에 등록한 후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그룹사 공사를 도맡아서 수행한 만큼 이마트 등의 점포 수 증가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1997년 624억원이었던 신세계건설의 매출은 2000년 2663억원, 2010년 4606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성장을 지속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매출의 절반 이상이 그룹사 일감에서 기인했다. 10년간 발생한 특수관계자 공사매출은 6조209억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 11조6733억원의 51.6% 수준이다. 신세계그룹이라는 뒷배가 신세계건설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셈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이마트가 10년간 1조7500억원 규모 매출에 기여했다. 2018년에는 4146억원을 발주하면서 신세계건설 연간 매출의 38.2%를 책임지기도 했다.
백화점 운영법인 신세계도 신세계건설의 주요 고객이다. 10년 동안 신세계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8274억원으로 집계된다. 10년간 발주된 그룹사 일감 중 13.7% 규모다. 이밖에도 경기도 수원과 하남, 고양시 등에 조성된 스타필드 시행법인들도 신세계건설의 매출 성장을 지원했다.
다만 그룹사발 건설매출은 2016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3215억원이었던 신세계건설의 특수관계자 건설매출은 2015년 8835억원, 2016년 1조174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그룹사 건설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8.46%에서 2016년 81.65%로 확대됐다.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신세계건설에 대한 건설 발주가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6455억원으로 줄어든 특수관계자 매출은 2020년 4925억원으로 줄며 5000억원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2021년 4098억원, 2022년 3042억원으로 감소한 그룹사 매출 규모는 지난해 5460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2016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내 특수관계자 비중이 36.34%로 반등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축소됐다. 상반기 신세계건설의 특수관계자 건설매출은 137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2.4%에 그쳤다. 이는 연간 그룹사 매출이 3042억원을 기록하며 10년래 저점을 찍었던 2022년(21.2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한컴위드, 한컴 지분 추가 매입…그룹 지배구조 강화
- [i-point]정철 브이티 대표, 블록딜로 개인채무 상환 매듭
- [1203 비상계엄 후폭풍]환율 리스크 확대, '블랙먼데이' 재연 우려도
- [1203 비상계엄 후폭풍]고액자산가 국내 투자 심리 위축 '우려'
- [1203 비상계엄 후폭풍]비상대응 하나증권, 고객 대상 발빠른 '레터' 발송
- [1203 비상계엄 후폭풍]탄핵 정국 따른 불확실성, 인버스ETF에 '베팅'
- [1203 비상계엄 후폭풍]원화 약세 속 금 ETF에 쏠리는 눈
- [1203 비상계엄 후폭풍]해외 펀딩 기회 엿보던 운용사들 "어찌하오리까"
- 셀비온 'Lu-177-DGUL' 환자늘어도 ORR 개선, 상업화 기대
- 삼성카드, 5년 만에 '전자맨' 복귀
이재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LS계열 예스코홀딩스, 아쉬운 평점…참여도는 양호
- 한화 건설부문, 잠실MICE 사전협상 '막바지'
- 허윤홍의 GS건설, '혁신 의지' 담은 쇄신인사
- [한화 건설부문을 움직이는 사람들]'부채감축 성과' 김우석 CFO, 유동성 관리 '숙제'
- [2024 이사회 평가]한국단자공업, 부진했던 '구성·견제·평가프로세스'
- [건설부동산 풍향계]책준신탁 모범규준, 계정대 변제순위 조정 두고 '이견'
- [한화 건설부문을 움직이는 사람들]김동선 해외사업본부장, 경영능력 시험대 '비스마야'
- [한화 건설부문을 움직이는 사람들]박철광 개발사업본부장, 대형 복합개발 진두지휘
- [2024 이사회 평가]NHN, 경영성과·구성·평가개선프로세스 개선 '숙제'
- [2024 이사회 평가]GS건설, 검단사태에 아쉬운 경영성과…참여도 고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