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토리 모니터]HD한국조선해양, '미착품'서도 슈퍼사이클 엿보인다대규모 수주 영향 반 년만에 30% 순증… 종속회사 2곳은 '가동률 100%' 돌파
최은수 기자공개 2024-09-13 07:53:15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4: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의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계 호황기 대비에 한창이다. 올해 들어 두 곳의 주요 종속회사의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고 반기 기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올해 1분기 평년치를 벗어났던 재고자산은 2분기엔 안정권에 들어왔다. 특히 악성재고가 없이 '미착품'이 늘어났다. 10년만의 '슈퍼사이클'을 온전히 누리기 시작했단 의미다.
◇4분기 연속 증가한 미착품, 2024년 반기 4000억 돌파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2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942억원이다. 직전 분기인 2024년 1분기 1조1739억원보다 약 900억원 낮아졌지만 2023년 말과 대비하면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이 기간 '미착품'이 약 17% 4000억원을 넘어서며 재고 규모를 늘렸다. HD한국조선해양의 미착품은 2023년엔 2000억원을 밑돌았다.
미착품은 선박 제조를 위한 이미 재료는 주문했는데 아직 조선사의 품에 도착하지 않았거나 권리가 귀속되지 않은 재고를 뜻한다. 이 미착품의 흐름을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대규모 수주 러시에 올라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나면 미착품도 함께 뛰기 때문이다.
조선산업 산업 특성상 조선사가 수주한 일감은 2~3년 뒤에야 실적으로 반영된다. 미착품도 비슷한 원리로 증가한다. 헤비테일 형태로 수주를 받은 조선사가 선수금을 통해 재료를 구입하기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미착품은 조선사가 제품이나 재료 대금을 협력사 등에 지급을 했지만 아직 품안에 들어오지 않았단 의미기도 하다.
특히 이 흐름이 2021년 즈음 해운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부터 시작됐단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그간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가 차곡차곡 쌓여왔는데 여기에 최근 일감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는 걸 뒷받침한다. 수주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까지 짧게는 2~3년 간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흐름에 올라섰단 의미다.
HD한국조선해양의 달라진 수익성도 이같은 전망을 지지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해운업황 개선의 영향을 받으면서 턴어라운드를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7115억원의 영업이익, 5511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향후 1~2년 간의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꾸준히 '재공품·미인도선박 제로', 올들어 미포조선 가동률도 100%↑
조선업은 주문제작방식의 수주산업이다. 이는 제품을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단 뜻이다.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재공품 재고 항목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조선사의 재공품은 이미 건조작업을 시작했으나 발주처와의 계약이 취소돼 갈 곳이 없어진 애물단지같은 작업물량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2010년 중반 이후 재공품 한발 더 나아가 완성했음에도 발주사가 찾아가지 않는 미인도선박에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HD한국조선해양은 적어도 재고 관리에서 남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직전 5년 간 HD한국조선해양은 한 번도 재공품이나 미인도선박을 재고로 인식하지 않았다.
올해 수주 연간 목표를 상반기에 일찌감치 달성한 것도 HD한국조선해양의 재고 관리 역량과 관련이 있다. 쓸데없이 도크를 비롯한 리소스를 차지하고 별도 관리 비용이 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발주가 폭발하는 시기 원하는만큼의 수주가 가능했단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8월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량은 165억6000만달러(약 23조원)다. 이미 올해 초에 시장에 제시했던 연간 목표 135억달러(약 18조6000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종속회사들의 가동률이 급등한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수주잔고가 증가하기 시작한 2023년 하반기부터 주요 종속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의 가동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현대삼호중공업 그리고 현대미포조선까지 모처럼 2곳의 종속회사의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
전체 종속회사(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베트남쉽빌딩, 현대미포조선)의 산술평균한 올해 2분기 종속회사 가동률은 102.18%로 100%를 넘어섰다. 이는 일감이 넘쳐나면서 조선사들이 잔업이나 특근을 보태면서까지 수주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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