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산업보국의 꿈을 안고 청년 최기호와 장병희가 설립한 제련소는 2세 경영기에 들어와 글로벌 1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3세 경영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내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영풍과 고려아연, 장씨와 최씨 집안의 대결구도로 시작된 분쟁은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의 개입으로 산업계와 자본시장을 흔드는 이슈로 확전됐다. 영풍을 기반으로한 장씨 일가는 MBK와 손을 잡았다. 고려아연을 기반으로한 최씨 일가는 이에 맞서 투자자를 찾아 동분서주 중이다.
양측은 상대방의 치부를 찾아 드러내는데 혈안이다. 아주 작은 팩트만 있어도 침소봉대해 이슈화 시키려 하고 있다.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해 언론 앞에서 브리핑한다. 이런 과정이 두세번 반복되면 작은 흠결도 각 회사의 경영과 미래성장에 독이될 핵심 이슈로 둔갑한다.
또 양측은 사법리스크로 이번 분쟁을 몰고 가려고 한다. 상호 배임과 횡령 등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기업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됐다.
이쯤 되면 누가 더 상대보다 나은 존재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평가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실제 최근 MBK 참전으로 양측은 서로 상대의 경영철학과 기업운영방식, 경영성과 등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 장씨와 최씨 집안간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맹목적 비판의 다음 스텝은 서로 자신을 합리화 하는 논리개발에 몰두돼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로 빠진다.
그러는 사이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더 좋고의 문제를 떠나 고려아연과 영풍이란 글로벌 1위 제련소의 경쟁력은 소실될 수 있다.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들춰내고 확대했던 논리는 각자 자신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여러 감독 및 사정 당국도 어느 순간부터는 가치 평가를 내린다. 한 당국 관계는 “어느 쪽이 더 나쁜 거야? 누가 경영을 더 잘했어? 어디 지배구조가 좋아?”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아직 누구도 그런 평가를 할순 없잖아”라고 말했다.
글로벌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돈다. 글로벌 1위를 다투던 국내 기업집단들은 위기의식을 높이며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기업문화를 한층 공고히 하며 눈앞에 닥친 파고를 넘을 혜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이지만 이번 분쟁으로 글로벌 위상이 추락하고 경영환경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외부의 위기보다 내부의 리스크가 훨씬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에게 싸움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룰은 존재한다.
경영권 분쟁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을 수 있다. 상호간 서로를 감시하고 평가하면서 그동안 내부에 감춰졌던 문제들이 공론화 될 수도 있다. 내부에서 곪아가던 어떤 리스크들이 겉으로 드러나 해소된다면 미래 어느 지점에선 이번 분쟁이 기업경영의 전환점으로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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