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케미칼을 움직이는 사람들]'합병 3년차' 표경원 대표, 업황 부진 타개책은 '공격 투자'①매출액 다시 1조원대로 털썩…부채총계 4000억원 첫 돌파
박완준 기자공개 2024-09-27 07:27:47
[편집자주]
2021년 11월. 애경유화와 AK켐텍, 애경화학 3개사가 합병해 애경케미칼이 탄생한 날이다. 애경그룹은 화학사업의 인프라와 노하우 등을 집약해 2030년까지 목표 매출액 4조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7조에 불과했다. 애경케미칼은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한 투자를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올해 표경원 대표를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애경케미칼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케미칼은 다른 기업과 달리 애경그룹의 화학 계열사 3사(애경유화, AK켐텍, 애경화학)가 합병해 탄생한 곳이다. 표경원 대표이사는 출범 초기부터 화학 사업의 전략 구축 및 신사업 발굴까지 이끌어 낸 인물이다. 합병으로 출범한 탓에 흩어진 각 계열사 임직원들의 단합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다는 후문이다.'따로 또 같이.' 애경케미칼 임직원들이 표 대표의 업무 스타일을 보는 시선이다. 애경그룹의 화학 계열사 3곳은 합병 전부터 각 사가 대표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만큼 표 대표는 주력 사업의 전문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힘을 쏟았다. 다만 인프라는 공유해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턴트 출신의 '전략통'…흡수합병 밑그림 설계
표 대표는 1971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졸업했다. 그 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재직하다가 2008년 효성그룹에 영입됐다. 주로 전략기획을 담당하다 2017년 효성TNS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8년 애경그룹에 영입됐다.
애경그룹으로 둥지를 옮긴 표 대표의 첫 출발은 애경유화 경영전략부문장 자리였다. 당시 애경유화는 플라스틱 가소제인 무수프탈산(PA) 국내 생산 1위를 기록하며 실적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연매출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는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표 대표는 애경유화 입사 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의 전면에 나섰다. 주력 사업으로 이끌어온 PA와 이를 가공한 가소제를 생산하는 사업은 중국의 공급량 확대에 수요가 감소하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표 대표는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에너지를 신사업으로 발굴했다. 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경유 연료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정책을 실시해 의무 혼합비율이 2.5%에서 3%로 상향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표 대표는 애경유화의 바이오디젤 생산능력을 늘려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성과를 인정받은 표 대표는 2020년 애경화학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둥지를 옮긴 표 대표는 이때부터 애경케미칼 출범을 위한 흡수합병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의 중심에 애경유화를 두고 애경화학과 AK켐텍을 흡수합병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화학 사업을 한곳에 모아 경쟁력과 지배구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목표였다.
실제 2021년 11월 출범한 애경케미칼은 연매출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탄생했다. 애경유화의 기초 화학소재 개발·생산 역량과 AK켐텍과 애경화학의 고부가가치 소재와 제품군 생산 능력을 융합해 시너지를 끌어올렸다. 특히 애경유화의 중국 인프라와 AK켐텍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성장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했다.
표 대표가 이끈 흡수합병은 애경그룹의 지배구조 강화에도 기여했다. 합병 전 오너일가의 지분으로 구축된 지주사 AK홀딩스는 그룹 내 가장 덩치가 크고 유일한 상장사인 애경유화의 지분율이 과반에 못 미쳤다. 하지만 흡수합병을 통해 17%p를 추가 확보하면서 애경케미칼의 지분 66.31%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표 대표는 애경케미칼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갈길 먼 '2030년 매출 4조원'…수익성 확보가 관건
표 대표는 애경케미칼이 출범할 당시 2030년까지 매출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목표했다. 화학 사업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친환경 제품과 사업을 육성해 연평균 10%의 성장을 목표하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수요 침체와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목표치 달성에 멀어지고 있다.
애경케미칼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꺾였다. 앞서 애경케미칼의 매출은 2021년 1조5701억원, 2022년 2조1764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조7937억원을 거둬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451억원을 기록해 2022년 대비 52.6%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가소제 부문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에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소제는 폴리염화비닐(PVC)을 비롯한 플라스틱에 첨가해 성형과 가공을 쉽게 하는 물질로 벽지, 바닥재, 전선 등에 주로 사용된다. 지난해 가소제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8.2%에 달한다.
애경케미칼의 부진한 실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애경케미칼의 매출액은 85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16억원 대비 약 10%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50억원에서 116억원으로 46.4% 감소했다.
표 대표는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을 집중 공략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위치한 LG화학의 가소제 생산판매 법인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가소제 생산능력을 연 55만톤에서 연 66만톤으로 약 20% 늘렸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도 확장한다. 표 대표는 이달 아라미드 섬유 핵심원료 TPC(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 양산 설비 구축을 위해 내년 말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가올 호황기를 준비해 실적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금융비용 확대 부담은 따를 전망이다. 올 상반기 애경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554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대비 435억원 늘어났다. 부채총계도 4283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애경케미칼의 이자비용은 전년(57억원)보다 늘어난 66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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