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처인베스트는 지금]바른손그룹 두 번째 VC, 급격히 커진 ‘존재감’①2022년 1000억 민간펀드 이어 올해 모태 2관왕…AUM 2000억 돌파
최윤신 기자공개 2024-10-02 10:23:40
[편집자주]
바른손그룹이 설립한 벤처캐피탈(VC) 펜처인베스트가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2년 대규모 민간 펀드를 결성하며 주목 받더니 올해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2관왕에 오르며 펀드 결성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더벨이 펜처인베스트의 지난 5년 간의 성장스토리를 돌아보고 향후 성장 전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로 잘 알려진 바른손그룹의 두 번째 벤처캐피탈(VC)인 펜처인베스트가 업계의 이목을 모은다. 설립 이후 수년간 소규모 펀드만을 운용하며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콘텐츠 분야에서 펀드레이징을 연달아 해냈다.5년여 만에 운용자산(AUM) 2000억원 고지를 넘긴 펜처인베스트는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에 더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투자를 통해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바른손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첨병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컴퍼니케이 지분 정리한 뒤 5년만에 새 VC 설립
펜처인베스트는 바른손그룹이 2019년 7월 설립한 VC다. 문양권 바른손이앤에이 의장이 5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의 두 상장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바른손이 각각 24.8%를 보유 중이다.
바른손그룹이 벤처캐피탈을 설립한 건 펜처인베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바른손을 통해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설립에 참여했었다. 당시 버추얼텍, 금보개발과 함께 지분을 33%씩 나눠갖는 구조였다. 바른손은 2010년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는데, 2014년 보유한 지분을 기존 주주에게 전량 매각하며 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5년 만인 2019년 펜처인베스트를 설립하며 다시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을 디뎠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정점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바른손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컸던 게 두 번째 VC 설립으로 이어졌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바른손그룹의 VC인 만큼 국내 훌륭한 콘텐츠에 투자해 업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표방한다. 이와 함께 바이오와 테크분야 투자를 통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설립 이후 업계에서 빠르게 두각을 보이진 못했다. 팬데믹이 발발하는 등 대외적 환경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다.
초기에는 소규모 바이오 펀드를 결성하며 투자에 나섰다. 마수걸이 펀드 결성은 2020년 2월로 설립 이후 7개월 만이었다. 외부 출자 없이 그룹사 자금으로 30억원 규모 펜처 바이오 텐베거 투자조합 1호를 만들었다. 같은해 12월에는 약 45억원 규모의 펜처더블헬릭스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출자사업 콘테스트에서 낙방을 거듭하며 업계에서 의미있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규모의 펀드를 만들진 못했다. 2020년 한국성장금융투자가 진행한 성장지원펀드 출자사업 루키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끝내 위탁운용사(GP)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다.
2021년 모태 2차정시에서 중진계정 창업초기 루키 분야와 문화계정 한국영화메인투자 분야에 지원했지만 GP에 선정되지 못했다. 수시지원으로 진행된 멘토기업 매칭출자 사업도 도전했지만 펀드결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끊임 없이 출자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2022년 6월 수시출자사업에서 문화계정 중저예산 한국영화 분야의 GP 자격을 따냈다. 같은해 9월 201억원 규모로 펜처 중저예산영화전문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룹은 2021년부터 우수한 국내 콘텐츠의 IP를 지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을 강구했다. ‘오징어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넷플릭스가 글로벌 히트의 과실 대부분을 가져가며 국내 콘텐츠 업계의 위기감이 컸던 시점이다.
그룹은 펜처인베스트를 GP로 한 펀드 결성을 통해 콘텐츠 창작자가 정당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로 했다. 투자를 통해 완성되는 콘텐츠의 IP를 창작에 기여한 창작자와 투자조합이 공동으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펀드 주목적 투자 범위를 설계했다. 특정 매체나 플랫폼에 종속되거나 제약을 받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플랫폼의 IP 독점을 차단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IP 확보를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의기투합한 기업들이 기꺼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나섰다. LG전자, LG유플러스, 카카오엔터, 신한금융, 바른손, 바른손이앤에이가 출자해 2022년 11월 911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 이후 넥슨의 출자를 통해 펀드 규모를 1011억원으로 키웠다.
VC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민간이 힘을 합쳐 한국의 콘텐츠 IP 주도권을 갖는 목적으로 만들어 의미가 크다”며 “이 펀드 결성이 펜처인베스트가 콘텐츠 투자 업계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진출 지향' 전략… "투자영역 넓힐 것"
대규모 민간펀드로 주목받은 펜처인베스트는 올해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이뤘다.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에서 2개 부문의 GP로 선정됐고, 2개 펀드 결성에 모두 성공하며 문화콘텐츠 투자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펜처인베스트는 지난 4월 문화계정의 1차 정시출자사업에서 'IP'와 '한국영화 메인투자' 분야에서 각각GP로 선정됐다. 올해 초 박진홍 대표이사가 부임한 뒤 이뤄진 큰 성과다. 박 대표는 펜처인베스트 합류 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를 맡으며 콘텐츠 투자는 물론 제작과 배급 등을 경험한 인물이다.
펜처인베스트 관계자는 “글로벌 경험이 많은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한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며 “모태펀드가 이런 전략을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 투자 역량을 강화한 것도 GP로 선정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펜처인베스트는 2022년 김주형 상무와 2023년 손성원 상무 등 콘텐츠 투자에 잔뼈가 굵은 인물들을 영입했다. 두 인물은 각각 이번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로 나섰다.
GP로 선정된 이후 불과 4개월여만에 출자자를 모아 펀드 결성에 모두 성공했다. IP 펀드는 민간 출자자와 함께 서울시 비전2030펀드와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이 진행한 콘테스트를 통해 출자금을 확보했다. 한국영화메인투자 펀드에는 다수의 콘텐츠 기업들이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손과 바른손이앤에이 등 그룹사의 출자를 받지 않고도 펀드를 결성해 더 의미가 깊다.
VC업계 관계자는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며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영화·문화계정 펀드 출자 환경은 더 악화된 상태”라며 “이런 환경에서 2개의 펀드 결성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펀드 결성으로 펜처인베스트먼트의 AUM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운용자산 규모를 빠르게 늘려나간다는 게 하우스의 계획이다. 콘텐츠 뿐 아니라 바이오와 딥테크 영역 전반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박진홍 펜처인베스트 대표는 “콘텐츠 투자는 펜처인베스트의 중요한 축이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고성장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투자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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