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월렛은 지금]비자가 찜한 핀테크…글로벌 금융권 TSMC 꿈꾼다①외화 환전 페이먼트 서비스 기업…금융회사 IT 시스템 솔루션 공급 사업으로 도약
이채원 기자공개 2024-10-04 10:10:38
[편집자주]
해외여행 필수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카드가 있다. 은행계좌를 연동하면 클릭 몇 번으로 46개국 통화를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는 트래블페이다. 트래블월렛은 여러 금융기관이 얽혀있던 기존 해외 결제의 비효율성을 혁신했다는 평가 속에 고속 성장했다. 누적 발급자 630만명, 연간 이용액 2조원이라는 기록을 써내려갔다. 트래블월렛의 밸류업은 이제 시작이다. 단순 카드 발급사(B2C)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B2B)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TSMC가 되겠다는 트래블월렛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결제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매머드 회사가 시리즈A 단계도 밟지 않은 한국 스타트업에 먼저 연락해 협업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비자(VISA)와 트래블월렛의 이야기다.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창업 초기 온라인을 통해 환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외화를 충전해 결제할 수 있는 아이템을 떠올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상용화 됐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그가 접촉한 은행과 카드사 등 기득권 금융회사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리즈A 투자 전 단계를 거치던 '듣보잡' 스타트업과 선뜻 손을 잡겠다고 나선 곳은 없었다.
마침 다양한 외환결제 기능을 담은 카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졌던 비자 본사에서 이 소식을 듣고 먼저 트래블월렛에 연락했다. 트래블월렛은 핀테크 기업 중 글로벌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비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팽' 당한 아이템을 글로벌 회사 '비자'에서 알아준 셈이다.
비자를 등에 업은 트래블월렛은 날아올랐다. 은행이나 환전소를 찾지 않고도 바로 외화를 충전해 결제할 수 있는 트래블페이를 론칭했고 ‘누적 발급 630만’, ‘연간 이용액 2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회사는 외환결제에 국한하지 않고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키울 계획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처럼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금융사에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2018년 등장, 환전에 대한 여행 소비자 인식 바꿔
트래블월렛은 2017년 외환 운용 전문가인 김형우 대표(사진)가 설립한 글로벌 페이먼트 서비스 기업이다.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전, 해외 송금·결제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 기업 외환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형우 대표는 1985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경영대학원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제금융센터 외환·파생상품 전문연구원으로 활동한 뒤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에서 근무했다.
회사는 2018년부터 다수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됐다. 서울산업진흥원 기업성장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기술창업투자연계 R&D 사업에 뽑히고 창업사업화 자금지원을 받았다. 2019년 창업기업지원서비스 바우처 사업과 팁스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2020년에는 한국관광공사 관광플러스 팁스에 뽑혔다.
트래블월렛은 2019년 환전 수수료 0원을 내걸고 외화 환전 서비스 베타버전을 선보인 이후 2020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을 통해 고객이 환전을 신청 하면 외화를 배달해주거나 해외 은행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속도로 줄었고 회사는 인천국제공항과 해외 현지수령 환전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다.
회사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외화 페이먼츠 개발에 매진했다. 2020년 핀테크사 중 전 세계 두번째, 아시아에선 첫 번째로 비자 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비자의 최고 등급 협력 라이선스인 ‘프린시플 라이선스(Principal license)’를 확보했다. 비자가 첫번째로 손잡은 핀테크사는 영국 레볼루트(Revolut)다.
2021년 2월 해외여행 또는 해외직구 시 최저 환전 수수료로 사용 가능한 외화결제 서비스 트래블페이 카드를 출시했다. 해외 직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겨냥한 서비스였다. 환전 수수료 없이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발급량을 늘려나갔다.
출시 약 1년 만에 11만장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00만장 발급량을 기록했으며 올해 8월 누적 기준으로는 누적 630만장 발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취급 가능한 통화 수도 늘렸다. 초기 10개통화로 시작한 트레블페이는 현재 46개국 통화를 취급한다.
◇독보적 기술력 바탕으로 B2B 서비스 확대…일본·미국 진출 초읽기
트래블월렛은 지난해 기업과 B2C(소비자 간 거래)에서 B2B(기업 간 거래)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비자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페이먼트 프로세싱 서비스를 론칭했다.
금융에 필요한 IT 인프라를 클라우드상에 구현해 이를 운영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회사는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에 100% 국제 지불 결제 솔루션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데 성공하는 등 IT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 지불결제, 계좌 기반 월렛 서비스, 입출금 및 자산관리 등 다양한 클라우드 기반 금융솔루션을 국내외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B2B 사업을 토대로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트래블월렛은 미국법인과 일본법인을 세웠다. 현재는 Robert Lee(이재원) 트래블월렛 최고서비스총괄(CSO)이 해외 사업을 맡고 있다. 회사는 연내 일본법인장과 미국법인장을 새로 꾸려 비즈니스 기반을 다질 전망이다.
일본시장에서는 B2B 사업과 더불어 B2C 공략을 병행한다. 현재 일본버전 외화충전 결제 서비스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일본 은행 3곳과 B2B 솔루션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다.
미국시장에서는 B2B 사업에 무게를 둔다. 국내외 기업에 금융솔루션을 공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해외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솔루션 도입 및 협업 제안을 받고 있는데 회사에서 진행하는 업무가 많아 수용이 어려워 보류하고 있다”며 “향후 계약 기업을 확대해 B2B 사업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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