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제이오 인수 시너지? 증권가 '글쎄' 5500억대 유증 통한 대금 마련 잡음, '사업적 호재 없다' 평가도
노태민 기자공개 2024-11-12 07:46:27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14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이수페타시스가 3000억원을 투입해 탄소나노튜브(CNT) 기업 제이오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 PCB에 집중된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서다.다만 증권업계와 주주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수페타시스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다 대규모 인수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가에도 찬물을 끼얹은 결정이 됐다.
◇인수 대금은 '페타시스' 몫, 사업적 이점은 '다른 계열사'
이수페타시스가 최근 제이오 인수 추진을 알리며 동시에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5500억원에 달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이다. 실권이 발생한 경우 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증자 비율은 31.79%다.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 중 3000억원을 제이오 인수에, 2500억원을 신규 5공장 부지 매입 및 시설 투자 및 공정 자동화 추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주 상장은 내년 2월 목표다.
제이오 인수 자금 중 1581억원은 기존 최대주주(강득주 제이오 대표) 주식 575만주(전체 발행주식수의 약 18.1%) 매입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제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CB)도 확보하기로 했다. 각각 997억원, 420억원 등 총 1417억원이 여기에 투입된다.
이수페타시스는 IR 자료를 통해 제이오 인수 배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기존 PCB 단일 사업에서 CNT 소재 사업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CNT 시장 성장은 연평균성장율 41.4%로 급성장이 예상되고 이차전지 도전재 외 다양한 분야의 부품 및 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제이오가 영위하는 사업 부문이 바로 CNT 소재다. 현재 SK온, CATL 등 배터리 기업에 2차전지 도전재용 CNT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포토 공정 핵심 부품인 극자외선(EUV) 펠리클 개발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펠리클 기업 에프에스티, 한양대학교 등과 협력 중이다.
정작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의 신사업 진출 배경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가 많다. 특히 이수페타시스가 관련 사업의 추진 주체가 될 필요성에 대한 애매모호함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수그룹 내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이수화학 등 소재 기업이 있음에도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 인수 주체인 점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건 전고체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의 시너지"라고 말했다.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의 사업적 시너지는 별로 없다는 의미다.
◇제이오 핵심 개발진 잔류, 매각 결정 '급전' 필요했나
제이오 최대주주가 이수그룹으로 매각을 왜 결정했는지도 관심을 끈다. 우선 이번 거래 후에도 강득주 제이오 대표와 강요섭 상무(전지소재개발 총괄) 등 핵심 개발진들은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대표와 특수관계자들은 이수페타시스로 제이오를 넘긴 뒤에도 지분 14.2% 지분을 들고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한다.
사실상 제이오 경영권을 이수 쪽이 완전히 가져오는 인수가 아니란 의미다. 다만 제이오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상장 이후) 경영적인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며 "경영적인 부분들은 (최대주주가 되는 이수페타시스가) 맡고, (회사 현 경영진은) 기술 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는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최근 발표했다. 그는 "금번 투자유치는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와 더불어 글로벌 사업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되리라 기대한다"며 "(경영진은) 제이오의 역량 증진과 사업 기회 확대를 위한 탄소나노튜브 연구개발과 사업 전략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 주가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날 주식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1.89% 폭락한 2만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최고가(5만9700원)를 기록했던 7월 3일과 비교해 58.46% 감소한 수치다. 제이오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13% 감소한 1만8720원에 거래 중이다. 최대주주의 일부 지분 매각이 악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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