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린 시절 밖에서 공놀이를 하다 아쉬운 마음에 해가 지지 않았으면 할 때가 있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올여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야를 겪어보니 당시 했던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해가 지지 않는다는 건 무섭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지난달 말부터 단행 중인 삼성전자 인사를 지켜보면서 백야가 떠올랐다. 이번 인사에서 초유의 관심사는 누가, 얼마나 많이 바뀌느냐였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단 부회장 3인에는 변동이 없었다.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부회장,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 등이 대상이다. 올 5월 부임한 전 부회장은 배제하고 정 부회장과 한 부회장 거취가 유독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유임이었다.
삼성전자 임원은 직장인들의 별로 여겨진다. 국내 최대 기업에서 임원을 달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오너가인 이재용 회장 다음인 삼성전자 부회장은 별중별이다. 태양계에서 태양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일부 사장급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부회장단이 모두 자리를 지키면서 현재의 삼성전자는 백야 상태로 비유할 수 있다.
변화가 무조건 옳은 선택은 아니기에 이같은 결정은 추후 결과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또한 누구보다 삼성전자를 잘 아는 3명의 부회장이 '안정 속 쇄신'를 이뤄낼 수도 있다.
다만 '안' 바꿨나와 '못' 바꿨나를 따져보면 못에 가까워 보인다. 뒤를 이을 마땅한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기존 인물이 뛰어난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수년간 삼성전자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 만난 삼성전자 전 임원은 "변화가 없는 것보다 다음이 없다는 게 더 슬프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 미래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해가 져야 달과 별을 볼 수 있고 내일의 해가 뜰 수 있다. 45년 만의 계엄령이라는 생경한 경험을 한 간밤은 마치 많은 이들이 잠 못 이루는 백야와 같았다.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이한 삼성전자가 가장 어둡다는 동트기 전을 지나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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