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재편]'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파운드리 분사 재점화되나위탁생산 전념하는 TSMC와 대조, 수익성 확보 급선무
김도현 기자공개 2025-05-23 08:03:58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2일 13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배경에는 '이해충돌'도 있어 보인다. 제약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 제품과 경쟁하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하나의 실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해당 문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도 나타난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동시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번 분할로 '파운드리 독립'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양사를 분리하면 사업이나 투자 관점에서 구분이 명확해진다.
◇2017년 조직개편 이후 변화 '무', 빅테크 유치 난항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와 다품종 소량생산인 시스템반도체는 같은 듯 다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설계(팹리스)사와 제조(파운드리)사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파운드리 업계 선두 TSMC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워 빅테크 대부분과 거래를 텄다. 설계도면 등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한 덕분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부분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으나 최근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경계가 확실해지면서 단점으로 전락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다 이를 TSMC에 전량 넘겨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AP '엑시노스'를 개발 및 양산한다. 더욱이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도 보유 중이다. 애플로서는 자사 AP 노하우를 삼성전자에 공유하는 것이 꺼려지는 요소다.
물론 삼성전자도 2017년부터 파운드리사업팀을 '부'로 승격시키면서 나름의 연결고리 끊어냈다. 고객 정보를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고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라는 한 회사 안에 속한 부서인 만큼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유사한 배경으로 읽힌다. 여전히 같은 삼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겠으나 별도 사업체라는 점을 강조할 명분이 있다.
이미 양사는 모회사, 자회사 사이로 어느 정도 구분돼 있었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그마저도 아니다. 파운드리 분사설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앞서 DB하이텍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설계하는 브랜드사업부를 DB글로벌칩으로 분할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 꼬리표를 떼기 위해 관련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장은 쉽지 않겠으나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선 그은 이재용 회장, 자립 위한 선제조건도 필요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사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보도나 소문 등에 대해 '사실무근', '정해진 바 없다' 등의 입장만 공유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을 열었다. 당시 그는 해당 사안에 대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려는 열망이 크다.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파운드리 육성을 위해 독립 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계기로 빅테크 고객이 대거 늘어나는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 중 하나여서다.
이러한 명분과 별개로 파운드리사업부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현재는 DS부문 차원에서의 반도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사업부가 번 돈으로 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단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2025년경 파운드리사업부가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대외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올해는 사실상 불가하다. 파운드리 성장세가 멈추면서 흑자 전환을 실현하지 못한 탓이다.
파운드리 분사를 재논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 의중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보다는 메모리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련의 과정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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