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프로파일]역지사지와 즉답의 힘, 김성민 광장 변호사LG의 ZKW 인수·SK그룹 리밸런싱 등 대형 딜 자문, 스타트업팀서 '미래 고객' 발굴도
윤형준 기자공개 2025-07-14 08:07:54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1일 10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광장은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모펀드(PE)까지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며 시장 변화에 맞춰 자문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광장 기업자문/M&A팀의 김성민 변호사(사진)는 이 같은 M&A 자문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김 변호사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이과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도 지녔다. 때문에 공학도의 설계적 사고를 바탕으로 복잡한 딜 구조를 풀어내는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내가 고객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항상 고민한다"는 철학과 고객이 가장 필요할 때 바로 대답을 주는 태도로 오랜 신뢰를 쌓아왔다. 앞으로도 고객이 찾을 수 있는 변호사로 꾸준히 남고 싶다는 그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성장 스토리: 스타트업팀장이 된 공대생 변호사
김 변호사는 과학고와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이과 출신 변호사다. 그는 "IMF 외환위기 직후 공대는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변리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겨 사법시험까지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 복무도 법무관으로 수행했다. 군 검찰과 국방부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근무하며 송무·형사 사건은 물론 방위사업법 개정 등 입법 업무까지 담당했다. 군 복무가 끝나갈 무렵에는 진로를 고민하면서도 검찰이나 판사 임용보다는 보다 다이내믹하게 기업을 상대로 직접 일하는 로펌 변호사의 역할에 끌렸다.
그는 "광장에 오기로 한 건 선배 변호사들과 면담하면서 사람적인 분위기가 잘 맞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터프하지 않고 젠틀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런 김 변호사는 2010년 광장 입소 후 15년간 광장 기업자문팀에서 M&A와 기업법무 자문을 전문으로 해오고 있다.
'공대 DNA'를 지닌 김 변호사는 스타트업팀장이기도 하다. 2016년 광장 내 스타트업팀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부터 합류해 조직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사실 스타트업팀은 대형 로펌 입장에서는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유망 고객 발굴 기회를 갖고 신생 기업의 성장을 돕는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며 "대기업이나 외국계 클라이언트를 주로 자문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자문도 나름의 특별한 의미 있다고 생각해 맡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M&A 자문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그는 "PE 등 재무적투자자(FI) 자문도 맡긴 하지만 국내 대기업 고객의 M&A가 메인"이라며 "외국계 기업의 합작법인(JV) 설립, 투자계약, 스타트업 투자유치 자문 등도 맡아 왔다"고 설명했다.

◇자문 철학 및 스타일: 역지사지, 즉답, 그리고 고객 특성 읽기
김 변호사는 자문 철학으로 "내가 그 자리라면 어떨까 항상 고민한다"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내가 사내 변호사나 법무 담당 임원이라면 로펌 변호사로부터 어떤 답변을 듣고 싶은지를 항상 생각한다"며 "일정상으로나 법리적으로 어려운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어렵다고 할 게 아니라 고객 사정을 이해하고 법무팀에서 어떻게 설명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즉답(卽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는 급한 보고 일정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고 상급자가 검토 현황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며 "때문에 추후에 시간을 좀 더 들이더라도 대략의 결론을 먼저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단순히 묻는 것만 답하는 자문을 경계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법무 자문은 질문받은 범위를 넘어서서 고객이 놓친 포인트까지 찾아내 알려주는 것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부 프로세스나 커머셜한 관점에서 '이런 건 없나요'라고 거꾸로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자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고객은 퀄리티보다도 일정이 최우선이라 이런 경우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반대로 일정은 조정 가능하지만 퀄리티를 매우 중시하는 고객도 있어서 때마다 적절히 조율하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10여 개국 실사 거친 LG전자의 ZKW 인수
김 변호사는 2018년 LG전자와 ㈜LG가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전문 제조회사 ZKW를 인수한 거래를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꼽았다. 해당 딜은 11억 유로(약 1조8000억원) 밸류에이션의 거래로 LG가 처음으로 100% 바이아웃을 한 대규모 M&A였다.
김 변호사는 "ZKW가 10여 개 국가에 자회사 및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각국 로펌과 환경 실사업체, HR 컨설팅 업체 등 10여 곳 이상의 자문사를 선임해 실사 등을 진행했다"며 "광장이 컨트롤타워로서 이들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실사, 진술 및 보장(W&I) 보험 계약, 세금 스트럭처링까지 다 광장이 총괄했다"며 "특히 매도인이 은퇴를 앞둔 개인 오너였는데, 진술 보장 위반에 대해 개인이 직접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W&I 보험에 가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가 워낙 복잡하고 자회사가 많다 보니 진술보장 조항 하나하나를 보험사와 협상하는 것도 무척 큰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통상 어려운 딜이어도 6개월 정도면 마무리되지만, 해당 딜은 2년이 걸린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김 변호사는 "오스트리아에도 여러 차례 다녀오고 매도인과의 협상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LG로서는 그룹 역사상 가장 큰 바이아웃을 성공적으로 클로징했다"며 "광장의 모든 역량을 발휘한 딜이었기에 클로징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2: 협상력의 중요성 깨우쳐 준 SK이노 투자유치
김 변호사의 또 다른 트렉레코드는 2021년 SK이노베이션이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게 SK엔무브 지분 40%를 매각해 투자유치한 사례다. 그는 "SK그룹 리밸런싱 전략의 출발점 같은 딜이었다"며 "이 딜을 하면서 SK이노베이션, SK엔무브, SK온 등 주요 계열사와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에도 △SK온의 상장 전 투자유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의 합병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 잔여 지분 매수 등 SK그룹의 리밸런싱 업무를 도맡아 수행해 왔다.
김 변호사는 "이 딜은 협상력이 대등했던 거래로 기억한다"며 "주주 간 계약을 협상하면서 콜옵션, 드래그얼롱, 기업공개(IPO) 의무 같은 조항들을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게 설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성격의 딜이라도 양측의 협상력에 따라 계약서 내용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우리 고객이 소위 갑(甲)인지 을(乙)인지에 따라 협상 전략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이런 딜을 할 때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우리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 내야 한다"며 "ICS도 경험 많은 투자자였기 때문에 서로의 우려를 솔직히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아 가는 협상 과정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핵심 권리를 지키되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설계해야 좋은 딜이 된다고 그는 진단했다.

◇향후 계획: 고객이 '꾸준히' 찾는 변호사
김 변호사는 거대한 비전보다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최고의 M&A 변호사가 되겠다 등 거창한 꿈은 없고, 앞으로도 15~20년 동안 고객이 계속 찾을 수 있게 운동하고 자기관리하며 꾸준히 일하고 싶다"며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운동도 시작했다"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결국 변호사라는 일은 고객이 찾아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변호사로 남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크게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계속 묵묵히 할 수 있는 게 스스로의 장점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고객 곁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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