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8월 11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사학자들은 독립운동가였던 일제시대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결정적인 오류를 '이념이 국가를 뛰어 넘었기 때문'으로 본다. 국가라는 개념이 근대의 산물이라지만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조직도 그리고 개인의 운명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독립을 외쳤던 그들은 결국 사할린 강제이주 등 철저히 이용당하며 이념을 폐기처분 당했다.밸류업 정책에 이어 상법개정을 등에 업고 주주자본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언급하며 새정부의 기업 거버넌스 제도 변화에 환호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억지로 주가가 올라야 하는 건 또 아니다. 자본시장과 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과정과 결과가 만들어져야 지지를 얻고 설득력을 얻게 된다.
분명한 건 새 정부의 방향성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쪽이라는 점이다. 일부 그룹은 또 한번의 혼돈과 절망의 소용돌이를 우려한다.
롯데 LG SK 한국앤컴퍼니 금호석화 한진칼 LS 고려아연 등. 이 그룹들은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진화됐지만 여전히 불씨가 잠재하고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상법개정이 꺼져가는 분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룰을 통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분쟁을 일으키는 쪽에게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기업의 거버넌스를 다시 뒤흔들 수 있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행동주의가 가세하면 일은 커진다. 고려아연 이슈에 MBK가 터놓은 길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지 않나. 해외자본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펀드라는 자본시장 비히클의 목적과 방향성은 뻔하다. '수익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기업의 장기 성장에도 관심을 가지는 척 하지만 결국 주가, 즉 수익률이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이유다. 일부 펀드는 경영권 분쟁을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주가를 올리면 기업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걸까. 기업들의 가치는 정말 올라가게 되는걸까. 산업과 기업 그 자체가 바뀐 게 없는데 주가만 오른다는 건 분명 어색하다.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올 초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의 국회 강연은 이같은 고민의 핵심을 잘 짚었다. 진보학자이면서도 그쪽(?)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그지만 '국가 경제'를 기반으로 삼는 그의 학문은 새 정권이 충분히 새겨봄 직하다. 특히나 주주자본주의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의 상황을 보면 그렇다. 개인주주들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인들 혹은 오너들에게도 숨구멍을 만들어주자는 게 장 교수 강연의 요지다.
그가 처음 던진 키워드는 상법개정. 장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극단으로 가선 안 된다”며 “국내 제조업 등 생산적인 기업들이 주주들의 현금 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만 집중하면, 결국 생산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감한 상속세법도 꺼냈다. 장 교수는 "한국의 기업구조 특성상 상속세를 엄격히 적용하면 기업이 와해될 수 있다"며 "국민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 기업들은 특별법을 만들어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진입으로 인한 성장률의 둔화, 그래서 잉여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 무작정 주주에게 한껏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와 주장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국가 경제, 재벌기업들의 승계 혹은 세대교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함의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하지 않을까. 야금야금 곶감만 빼먹다 보면 창고만 거들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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