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지주사 밸류에이션 점검]하림지주, 식품업 밸류체인 구축에도 평가는 '제한적'⑤상장사 인수해 지주사 산하 재편, 자사주 정책 '균형점' 찾기 고심
정유현 기자공개 2025-08-22 07:46:20
[편집자주]
국내 유통 산업에는 지주사 체제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전환 목적은 기업마다 달랐지만, 다른 업종의 지주사들처럼 낮은 시장가치를 받는 구조적 한계는 공통적이다.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로 주주권 확대 압박이 커지면서 저평가 해소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더벨은 주요 유통 지주사의 밸류에이션 현황과 할인율 축소 방안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9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국의 CP(차로엔 폭판드)그룹은 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사료·부터 양돈·양계 생산, 도축·가공, 식품 제조와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된 식품 밸류 체인을 구축했다.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설계하고 통제함으로써 태국 식품 산업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에 올라섰다.한국에서는 하림그룹이 CP그룹과 유사한 형태로 평가된다. 곡물 해운부터 사료, 양돈·양계, 도축·가공, 식품 제조와 유통까지 이어지는 가치 사슬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유사성이 크다. 다만 M&A를 통해 사세를 키우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중복상장 구조가 형성됐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특성이 하림지주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장사 인수 통한 수직 계열화 추진, 결과적 '중복상장' 구조로 저평가
하림지주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 자회사 배당, 공동경비 정산, 임대료 등을 통해 영업수익을 올리고 있다. 동시에 그룹의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전략적 지주회사 역할도 수행 중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비전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주사라는 구조적 한계에 따른 시장의 디스카운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림지주의 1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654억8845만원이다. 같은 날 기준 하림지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팬오션·하림·팜스코·선진)의 지분 시장 가치를 단순 합산한 금액은 약 1조5531억원으로 현재 시가총액 대비 약 1.6배 수준이다.
비상장 자회사 및 기타 자산 가치가 추가로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가치와 실질 보유 자산 가치와의 괴리는 더 클 수 있다. 하림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7배 수준으로 회계상 순자산 대비 주가가 70% 이상 할인된 상태다.

2010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시동을 걸었던 하림그룹의 현 지배구조가 구축된 것은 2022년이다.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온 과정에서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가 복잡해졌고 이를 수년간 단계적으로 정리해나갔다. 2017년 그룹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주사인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를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2018년에는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고 상호를 하림지주로 변경하며 단일 지주사 체제가 완성됐다. 2020년 NS홈쇼핑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지주사가 두개로 늘었지만 2022년 하림지주가 NS쇼핑 지분 100%를 확보한 이후 분할을 통해 쪼개진 투자회사(NS홀딩스)를 흡수합병 하면서 다시 하림지주 중심의 단일 지주사 체계로 돌아왔다. 출발선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인해 시장에서 보수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곡물과 축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산업이지만 하림그룹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헷지할 수 있는 장점을 구축해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식품·해운·사료 등 서로 다른 사업이 결합된 포트폴리오의 시너지가 아직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주사 소유 구조 역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는 오너가 지주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지주사가 다시 자회사를 지배하는 단순한 수직적 체계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더 선호되는 구조로 평가된다. 반면 하림지주는 비상장 법인을 경유한 간접 지배 구조로 인해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자회사 가치가 지주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24년 TSR 마이너스 기록, 자사주 13% 활용법 '고심'
주주 정책도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림지주의 배당 성향은 2021년~2022년 한 자리수대가 유지되다가 2023년과 2024년 40%대로 상향됐다. 1주당 배당금 120원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착시 효과가 생긴 것이다. 배당금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 주가가 정체된 상황이라 2024년 총주주수익률(TSR)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하림지주가 보유 중인 약 13% 규모의 자사주 활용을 저평가 해소의 주요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 자사주는 과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2020년 일부 소각이 이뤄진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주가 부양 수단을 넘어 지배력에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다.
하림지주는 지배력 유지와 지배구조 투명성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사주 소각은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당장의 실행은 쉽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지배구조 이슈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될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을 바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분위기가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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