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향하는 테크기업]중국 대안으로 낙점, 국내 전자·IT업계 '연이은 러시'[총론] 제조거점 넘어 기술 전초기지 급부상, 현지 수출 30% 이상 담당
노윤주 기자/ 김도현 기자공개 2025-08-25 09:24:27
[편집자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정상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각 기술 중심 기업을 만나면서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우선은 방산, 에너지, 토목 등 대형 인프라 기업들의 수혜가 점쳐지지만 IT 기업들도 저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는 젊은 IT 소비자와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다. IT 기업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베트남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IT 대표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1일 08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월 한국과 베트남의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아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2030년까지 1500억달러 교역 규모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베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방산, 원전, 치안 등 대규모 인프라 산업이 큰 주목을 받았다.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국내 IT 기업들도 이를 계기로 베트남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 중 IT 산업이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국내 IT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한 전자 기업들도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현지 비중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IT 성지, 네이버·넥슨·NC 법인 설립
베트남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동남아의 IT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IT 산업은 연평균 8~1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43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IT 개발자도 빠른 속도로 육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인도가 아닌 베트남이 IT 아웃소싱 최강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이에 국내 IT 기업은 베트남 시장을 틈틈히 공략해 왔다. 일례로 네이버는 이미 2019년 네이버 베트남(NAVER VIETNAM Co., Ltd)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개발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2021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AI 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하노이과학기술대학교(HUST)와 함께 조성한 기구다. 현지인력과 네이버 연구진이 함께 검색, 비전,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산학과제를 진행 중이다.
게임사도 예외는 아니다. 넥슨은 2023년 넥슨네트워크 산하로 베트남 현지 법인 '넥슨 데브 비나(NDVN)'를 설립했다. 현지 인력을 채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웹사이트 개편 등 일반적인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게 했었다. 최근에는 게임 관련 현지 인력도 적극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C소프트도 올해 4월 베트남 게임기업 VNG게임즈(VNGGames)와 합작법인 NCV게임즈(NCV GAMES)를 설립했다. VNG게임즈는 베트남 국민메신저 잘로 운영사인 VNG그룹의 게임 자회사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온 이유는 현지 사용자 확대와 IT 개발 인력 확보가 주 이유였다. 베트남 개발자의 경우 국내 인력 대비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 수준의 임금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게 IT 업계의 전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인구 자체가 젊고 IT 인력도 빠르게 육성되고 있다"라며 "개발자를 채용하기도 좋고 게임이나 콘텐츠에 있어서는 소비자 수요도 있어서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HW부터 SW까지' 현지 사업영역 확장
인력 수급 차원에서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현지 B2C 시장을 공략하기는 어려웠다. 베트남은 IT 산업이 발달한 만큼 자국 플렛폼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앞서 언급한 '잘로'다.
메세징 플랫폼인 잘로는 베트남의 카카오톡이다. 사용률이 98%에 달한다. 월간 이용자는 7600만 명 이상으로 현지에서 페이스북이나 틱톡보다도 더 높은 이용 빈도수를 자랑한다. 단순 메신저 기능뿐 아니라 대중교통 정보, 쇼핑, 콘텐츠까지 잘로 하나의 앱에서 모두 제공한다. 베트남에 진출했던 카카오톡이 고배를 마신 이유다.
하지만 한-베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양국 정부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IT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각 기업들도 B2C, B2B 두 분야 모두 고른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와 비엣텔 그룹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비엣텔 그룹은 베트남 최대 통신사로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국가에 1억380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양사는 베트남 국가 AI 전략 수립 및 산업계 AX 확산을 위한 협력을 진행한다. KT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1300억원 규모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그간 해외 진출이 막혀 있던 가상자산거래소도 물꼬가 트였다. 두나무는 이달 중순 방한한 베트남 정부와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국방부 소속 밀리터리뱅크(MB은행)과 함께 현지 거래소 설립을 추진한다. 만약 거래소 설립이 실현된다면 두나무 자본이 섞인 최초의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다.
과거 두나무는 은행에서 해외 송금을 지원해 주지 않아 태국, 싱가포르 등 APAC 법인에 출자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해 설립해 두나무와 지분관계가 없는 '파트너사'라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 진 바 있다. 이번에는 정부에서 베트남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내부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IT와 함께 테크 산업의 양대산맥인 제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전자업계를 이끄는 삼성과 LG는 일찌감치 베트남에서 생산라인을 세우고 운영 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거점이 더욱 공고해졌다.
삼성전자는 하노이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제품을 제작한다. LG전자는 하이퐁에서 가전, TV 등을 양산하고 있다. 양사는 과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제조거점을 옮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그룹 계열사들도 베트남 공장을 마련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대상이다. 두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국내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공정을 처리한 뒤 베트남에서 후공정을 마무리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카메라 모듈을 현지에서 제작한다. 이들이 만든 부품은 고객에 즉시 전달돼 완제품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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