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향하는 테크기업]KT, 현지 최대 기업과 맞손 '동남아 전지역 노린다'①비엣텔 그룹과 'AX 허브' 구축 계약… 국가 AI 모델 전략 공동 수립
노윤주 기자공개 2025-08-26 11:03:46
[편집자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정상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각 기술 중심 기업을 만나면서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우선은 방산, 에너지, 토목 등 대형 인프라 기업들의 수혜가 점쳐지지만 IT 기업들도 저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는 젊은 IT 소비자와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다. IT 기업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베트남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IT 대표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2일 07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베트남 시장을 다시 한번 공략한다. 신흥시장으로서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KT는 그간 꾸준히 문을 두드려 왔었다.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헬스케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을 시도했지만 쓴맛을 맛봤었다.이번에는 베트남 최대 통신사인 비엣텔 그룹과 손을 잡으며 리스크를 줄였다. KT는 단순 기술 공급을 넘어 인공지능(AI)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번 사업 수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비엣텔이 보유한 11개국 1억3800만 고객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기업으로 브랜딩하겠다는 목표다.
◇베트남 특화 언어모델 구축부터 인재양성까지 제안
KT는 최근 비엣텔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2.0' 계약을 체결했다. 5월 중 계약했던 1차 협약 계약의 연장선이다. 이번 사업 규모는 1300억원으로 베트남 국가 AI 전략 수립부터 산업별 특화 플랫폼 개발,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까지 포괄한다.
핵심은 베트남 고유 언어와 문화를 학습한 국가 범용 AI 언어모델 개발이다. 국내서 자국 문화를 반영한 독자 모델 '소버린AI'에 대한 필요도가 언급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도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 AI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양사는 베트남 고유 언어, 문화, 행정 환경을 학습한 '국가 범용 AI 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한다. 이 모델을 교육·행정·공공 서비스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별 특화 솔루션 개발도 추진한다. 의료·국방·미디어 등 베트남 핵심 산업에 최적화된 '버티컬 AX 플랫폼'을 구축해 현장 맞춤형 AI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는 AI 전용 데이터센터(AIDC)와 GPU팜을 함께 구축한다. 하노이에 글로벌 개발센터(GDC)를 설립해 현지 인력을 영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KT AI 교육 플랫폼 'AICE'를 베트남 전역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세웠다.
보안 분야 협력도 이어진다. 보이스피싱이나 딥페이크 같은 피싱 범죄를 실시간 분석 및 차단하는 AI 솔루션을 공동 연구한다.
KT 관계자는 "1차 계약 후 비엣텔 그룹에서 KT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구체화된 협업 액션이 있었고 2.0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비엣텔 글로벌 사업 지역까지 진출할 '큰 그림'
KT는 과거에도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었다. 영역도 다양했다. 통신 본업과 모바일 상품권, 카드 등 KT 그룹의 사업을 베트남에 이식하려 했었다. 현지 자회사도 설립해뒀다. 반기말 연결 기준 △알티미디어 베트남 △KT DX 베트남 △BCCARD 베트남 △AQUA 리테일 베트남 등 4개 자회사를 100%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사업도 도전해봤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13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KT헬스케어베트남(KTHV)' 법인을 약 1년 만에 정리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에는 현지 최대 통신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후 꾸준히 전개해 온 방향이기도 하다. 그는 자체 기술력과 해외 기업과의 협업 투트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AI 협업을 성사시켰고 팔란티어와도 한국시장 공동사업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베트남 공략을 위해 선택한 게 비엣텔 그룹이다.

이번 비엣텔 그룹 계약건은 비단 베트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T는 비엣텔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남아 시장 전지역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비엣텔은 비엣텔 텔레콤을 비롯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11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 73억4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김 대표는 5월 한 차례 베트남을 찾아 비엣텔 그룹과 협약을 앞두고 응우옌 찌 중 기획투자부 장관 겸 부총리, 부이 테 주이 과학기술부 차관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베트남 AX를 앞당기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에는 한-베 정상이 양국 사업 교류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KT가 베트남에서 공들여 진행했던 헬스케어 사업을 철수하는 등 과거에는 고배를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사업 연속성"이라며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사업 기조가 바뀌면서 해외 사업도 변곡점을 맞았는데 큰 사업인만큼 추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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