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8월 25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은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배터리 가격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요인 속에서 단기 턴어라운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의 지원은 한결같다. 자본 확충에서 고용 안정, 자회사 흡수합병을 통한 밸류에이션 조정에 이르기까지 방식과 수단이 다양하다.올해 단행된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SK온이 배터리 사업 하나만으로 비대해진 체급을 지탱하기엔 체력이 부족했다.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갖추고 있다. 이를 배터리 사업과 묶으면서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현금흐름 개선 효과도 얻었다.
신규 투자자들에게는 더 과감하게 베팅했다. 투자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주가수익스왑(PRS) 카드까지 꺼냈다. SK온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사각의 링에 선 SK온이 장기화된 캐즘(casm)에 카운터를 맞아 그로기에 빠지자 코치가 수건을 던지기는 커녕 오히려 로프를 넘어 캔버스로 뛰어든 듯한 장면이다.
겉으로만 보면 2차전지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의 건곤일척 승부에 대한 부당 개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곧 '자본'이 길이자 법이다. 그룹이 직접 나선 덕에 SK온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희토류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SK온을 일으키기 위해 그룹이 링 안으로 뛰어든 결단을 가볍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 차원의 원자재 공급망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세계 최대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CATL(닝더스다이)이 어떤 면에서는 더 '치터(cheater)'에 가깝다. SK온을 포함한 국내 2차전지 산업의 8할은 민간이 일궈냈다.
SK그룹이 신사업 무대에서 직접 링에 올라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SK바이오팜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랜 연구개발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 속에 국내 두 번째, 중추신경계(CNS) 계열론 국내 최초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FDA 신약 승인을 받아냈다.
당시에도 SK바이오팜을 향한 그룹의 우직한 투자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논란을 만들었다. 그러나 허다한 뒷말은 SK바이오팜이상장 이후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면서 불식됐다. 이제 SK그룹의 신사업 성공사례를 꼽을 때 SK바이오팜은 으뜸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2차전지 산업 전반은 여전히 불안하고 곳곳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캐즘의 삭풍이 특정 기업만 강타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조소도 있다. 여전히 SK온의 당장 흑자 전환은 어려워보인다.
SK온의 성패를 지금 단정짓기는 이르다. 밸류에이션 조정을 둘러싼 시장의 비웃음을 이겨내고 장기적 관점의 인큐베이팅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만개할 가능성이 있다. SK바이오팜조차 자체 수익성을 창출하기까지 그룹 지원 아래 20년이 넘게 걸렸다.
작년부터 이어진 그룹의 지원은 SK온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버티는 힘을 만들어주고 있다. "SK온을 반드시 살린다"는 그룹의 움직임 덕에 SK온은 재무구조를 보강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더하면서 기업가치 조정 여력까지 확보했다.
무엇보다 신사업은 실패가 상수이고 길게 보고 기다려야 하는 영역이다. 재계 1위 삼성조차 2000년대 후반 내세운 다섯 개 신수종 사업 가운데 바이오·2차전지는 연착륙했지만 의료기기·태양광·LED는 성장세가 완만하거나 중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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