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향하는 테크기업]두나무, 거래소 해외진출 염원 풀어줄 '기회의 나라'②밀리터리뱅크와 MOU 체결…현지 정부 적극적 지원
노윤주 기자공개 2025-08-27 08:58:09
[편집자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정상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각 기술 중심 기업을 만나면서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우선은 방산, 에너지, 토목 등 대형 인프라 기업들의 수혜가 점쳐지지만 IT 기업들도 저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는 젊은 IT 소비자와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다. IT 기업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베트남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IT 대표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5일 15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는 오랜 숙원이 있다. 바로 해외 진출이다. 국내 시장에서 과반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며 해외에도 거래소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그림자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거래소 설립 목적의 '해외 송금'이 차단된 탓이다.그랬던 두나무가 최근 해외 사업 추진 소식을 알렸다. 베트남 정부 산하 은행과 손을 잡고 현지 가상자산거래소를 설립해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하는 게 주 골자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다른 국가 진출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베트남, 가상자산 채택 순위 톱5 국가…성장 여력 '충분'
두나무는 최근 개최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MB은행은 베트남 5대 은행 중 한 곳이다. 형식상 민영 상업은행으로 분류되나 베트남 국방부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사실상 국영은행이다.
협약 주요 내용은 베트남 현지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이다. 두나무는 MB은행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서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 스터디, 투자자 보호장치 구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비트의 고성능 거래체결 시스템, 보안·규제 대응 경험, 인재 양성 등 각종 운영 노하우도 전수할 방침이다.

두나무는 베트남 시장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베트남 가상자산 투자 규모는 글로벌 톱5 수준이다. 현지 가상자산 투자 인구는 2000만명에 육박하고 연간 거래량도 8000억달러(110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대형 거래소들은 이미 베트남어 홈페이지와 베트남 동(VND) 충전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현지 투자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의 가상자산 규제 현황은 과거 국내와 유사하다. 거래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명확한 규제가 없어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아직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 중인 거애소는 없다. 올해 6월에야 '디지털기술산업법'이 마련됐다. 가상자산을 민법상 재산으로 간주하고 실물자산과 같은 방식으로 보호하는 게 주 골자다.
이에 더더욱 두나무에게 있어 베트남 시장은 새로운 기회다. 라이선스 취득 사업자가 없다는 점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점 사업자도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 찾은 베트남 정부 관계자…김형년 부회장 '만남'
두나무의 베트남 진출은 그간 해외 진출 한계 극복 의미가 크다. 과거 두나무는 동남아 진출을 타진했었다.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국내 은행들이 해외 송금을 지원하지 않아 직접 출자하지 못했다.
결국 동남아 사업을 담당하던 김국현 업비트 APAC 대표 등이 현지에서 자본금을 조달했다. 두나무의 자금은 들어가지 않아 업비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오더북을 공유하지만 지분 관계는 없는 '파트너사'라는 기이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베트남 진출은 상황이 다르다. 정부 차원에서 베트남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두나무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서는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가상자산 분야도 새로운 협력 영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서울을 찾아 업비트 기술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달 12일 판 반 장 국방부 장관, 응우옌 반 탕 재무부 장관, 부 티 찬 푸엉 증권위원장, 류 쭝 타이 MB은행 회장 등이 서울 역삼동 업비트 라운지를 방문해 시스템을 직접 시찰했다.
이 자리에는 오경석 두나무 대표뿐 아니라 업비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형년 부회장이 직접 나왔다. 김 부회장은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에게 업비트 기술력과 베트남 진출 시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가상자산거래소를 공동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운영은 MB은행이 담당하고 두나무는 업비트 기술력, 노하우 등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일종의 거래소 구축 사업 수주인 셈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현지에 거래소 시스템을 제공하고 운영은 현지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라며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계약 등은 계속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협업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공동 운영 형태는 아니지만 이번 베트남 사업을 계기로 글로벌 진출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두나무는 해외서 거래소 사업을 전개할 수 없던 시기에도 틈틈이 업비트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두나무는 계속해서 업비트 해외 진출에 대한 목소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도 불가능하고 외국인 고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축구 구단 유니폼 스폰서로 참여하며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라며 "언젠가 직접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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