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interview]개정 상법, 기업 신용평가에 미치는 영향은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SF평가본부장 "외부 지원가능성 평가 고도화"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15 08:07:5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15시0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정 상법은 기업 신용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 하반기 상법 개정이 가시화했을 때 신용평가 업계에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자 입장에서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곳인 만큼 상법 개정을 계기로 채권자와 주주 이익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지점에 초점을 맞춰왔다. 기업의 유상증자 시도는 채권자 입장에선 실탄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반갑지만 일반주주 입장에선 기존 지분 희석 우려로 부담스럽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말 나이스신평은 상법 개정이 계열 지원 의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발표했다. 기업 신용등급 평가는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에 더해 외부 지원가능성을 고려하는데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계기로 외부 지원 기준이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게 글의 골자다. 지난 3일 만난 이혁준 금융SF평가본부장(사진)은 이사회 실질적 기능을 더 면밀히 모니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자문위원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 인가 외부평가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나이스신평에서 금융회사와 구조화 금융 신용위험 평가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카드(현 신한카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카드 자금팀에서 신평사 역할에 주목한 그는 나이스신평으로 옮겼고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2006~2008)을 거쳐 나이스신평에 재합류, 올해로 18년째 일하고 있다.

일련의 상법 개정 움직임은 신용평가 업계도 주목하는 빅 이벤트였다. 이 본부장은 상법 개정 과정을 지켜보던 중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 전체로 확대되면 계열 간 지원이 약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비주력 기업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 신용카드 사태를 포함해 일부 그룹의 계열사 지원 이슈 등 신용평가사에 몸담으며 목격했던 다양한 사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계열 간 지원에 대한 평가는 신용등급 평가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사업 및 재무 위험에 외부 지원가능성도 평가해 최종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외부 지원가능성에서 외부라는 표현은 정부와 계열을 의미한다.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공기업과 은행으로 한정돼 있다보니 외부 지원은 사실상 계열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이스신평은 계열 가능성을 능력과 의지로 나눠 판단한다.

지원 의지를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이스신평은 특정 기업에 대한 계열의 지원 의지를 평가할 때 지배구조와 사업적 연관성, 재무적 긴밀성을 따진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당시 LG카드는 그룹의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삼성카드는 전폭적 지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카드는 LG카드와 달리 그룹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룹 입장에선 삼성카드 회생을 돕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본부장은 "지금의 개정 상법이 카드사태 당시 존재했다면 삼성그룹의 삼성카드 살리기는 상당히 논란이 되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이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해 수조원을 지원했는데 그 당시로 시계를 돌려보면 그 경영 판단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카드는 수년째 8000억원대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 효과 중 하나는 기존대로라면 검토하지 않았을 사항을 다시금 따져보게 만드는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상법 개정 전에는 문제가 없었던 지배주주 프리미엄도 지금 시장에선 일반주주 반감을 사는 요소로 거론된다. 경영 판단에 따른 결과가 자칫 예상과 다르게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영진도 이사회도 모두 어깨가 무거워진 게 사실이다.

계열 지원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재벌 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비주력 회사에 지원을 해야 하는 경우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도움을 줘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면서 "상법 개정으로 명분이 확실하고 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면 계열사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 영향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경영진 평가도 향후 고도화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는 지금까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사회의 기능을 가늠하곤 했다. 특정 시장 이벤트에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했느냐를 두고 이사회 견제·감시 기능을 가늠하는 식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여러 기업 비교 분석을 통해 경영진과 이사회 성향을 파악했다면 앞으로는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더 자세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정 상법이 신용등급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준 사례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 본부장은 상법 개정과 무관하게 자본시장 발전에 따라 계열 지원 가능성은 꾸준히 작아져 온 만큼 상법 개정에 따른 영향 역시 시장의 큰 흐름을 거스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본부장은 "향후 계열 지원 트랜드 변화와 소송, 판례 등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평가 방법론 정교화 작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